도쿄에 왔다!
전날 친구와 먹은 부대찌개에 체해서 밤새 들척날척. 다섯시도 안되어 깨어 대충 짐을 추렸다. 형부 찬스 사용하여 엄마와 함께 그 많은 짐을 들고 편하게 공항 도착.
그러나 일요일 아침 공항에는 어마무시한 인파가 있더라는. 일요일 아침에 공항가는 사람 일찍 가야 할 듯. 나도 비행 두시간 이십분 전에 공항 도착했는데 면세품 찾고 쉴 시간 일분도 없이 비행기 탈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몀세품 찾는 곳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고 한명한명의 면세품 구입량이 꽤 되어 확인 시간도 오래 걸린다. 나처럼 달랑 나스 블러셔 세 개 산 거 찾으려고 거의 사십분을 기다리는 건 왠지 억울한 느낌. 다음부터는 아얘 많이 사던가 해야하겠다. 커피 사마실 돈도 아까운 기분이 들어 짐 잠깐 맡겨났던 아시아나 라운지에서 얼른 한 잔 하고 왔다. 왠지 외국에서 산다고 하니 뭐든지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태는 개메롱이었지만 틈틈이 나를 남기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기에 셀프 한 장 찍어줬다.
왠일로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보는데 하늘색이 참. 37년을 서울에서 살아 온 나에게 보이는 서울은 길이나 구석구석은 전에 없이 깨끗한데도 공기는 점점 나빠지는 곳. 중국 탓인지 지동차 탓인지. 결국 같이 문제겠지만.
두 시간 정도 비행에 심심해서 영화목록을 보는데 확실히 국적기들은 영화 목록은 별로인 듯. 오랫만에 물랑루즈 다시 봤는데 바즈루어만은 역시 대단해! 화려해서 눈이 즐거웠다. 비록 작은 화면에 화질이 ㅗㅎ지 않아 아쉬운 면은 있었지만 극장에서 본 것을 기억하며 봤다.
영화보고 있는데 밥 준다고 고르라길래 한식인 죽을 골랐다. 속이 안 좋았는데 나름 탁월한 선택.
호텔을 잡아 놓은 우에노를 돌아다녔다.
마루이에서 행사라며 팬다들이 돌아다니고 심지어 옆에 사람까지 붙어서 사진 찍으라고 한다. 일본어는 못하지만 행사에요, 같이 사진 찍으세요 뭐 그런 느낌.
저번에 감동 먹은 코코로 젤레를 키요시 보자마자 샀다. 키요시가 참 싸다. 편의점은 130엔정도 하는데 키요시는 98엔 정도. 물론 다 세금은 따로지만. 둘다 역시 맛있었다. 모든 맛을 다 먹어봐야지. 싸게 팔 때 있으면 쟁여놨다가 머리 하러 한국갈 때 뽀미네 가져다 줘야지.
호스텔이나 너무 비즈니스용 호텔에서 자면 도쿄 온 첫날부터 너무 우울해질까봐 3성급에 비즈니스 아닌 걸 골랐는데 그래도 방은 작더라. 그래도 침대 넓고 샤워실에 어메니티 괜찮아서 탕목욕하고 잘 셨다. 히터 빵 틀어놓고 자봤는데 따뜻하긴 한데 건조해서 못 쓰겠더라. 전기장판부터 사야겠다. 히터 틀지 말고 전기장판이나 틀고 자는 걸로. 또 너무 일찍 일어나서 할 일 없어 먹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 생각보다 깔끔했다. 빵 종류가 많았는데 그냥 먹어본 거나 맛이 짐작 가능한 것만 골라오고 밥류는 싫어서 안 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