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
도서관에서 9권째 빌려다 읽고 있는데, 이 언니 감성이 뭔가 나랑 살짝 어긋난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이 읽은 이유는, 얇은 책은 읽는데 두세시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감성이 어긋한다고 해서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재미를 주는 소설의 기능은 충분히 하고 있다. 다만 그 느낌이라는 것이, 혹은 어떤 상황속에서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뭔가 내가 생각했던 그 것은 아니다. 처음 읽은 책이 "냉정과 열정사이"였고, 그 책은 아 이게 일본감성? 이런 생각을 하게 했던 책. 그리고 "도쿄 타워"랑 그 외에 두 권 정도 사서 읽고는 나쁘지 않아, 쭉 읽어줘야 할 작가야라고 결론을 내리긴 했었다. 수락산역 가는 길에 생긴 내가 너무 사랑하는 구립 도서관 선반장 한 켠에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정말 잔뜩 있다. 그래서 쭉쭉 빌려보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뭘까, 뭐지, 그런 생각이. 쏭이 자신과는 안 맞는 감성이라고 했던 것이 뭔지 알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그렇게 좋아하는 그녀가 왜 에쿠니 가오리가 맞지 않는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됐었다. 한국 여성 작가들 특히 나의 사랑, 소설가 전경린이 보여주는 그런 감성이 싫다고 했던 그녀랑 같은 선상인가 추측했지만, "도쿄 타워" 등의 소설은 뭔가 무심하고 쓸쓸한 것이 노르웨이의 숲에서 보인 무라카미의 그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련의 소설들을 이어서 읽어보니 확실히 다르다. 더 읽어 볼 의지는 있다. 다르니까 더 흥미로운 부분도 있으니까. 전경린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너무 싫은 짓들만 벌이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해지고 싶은 마음도 들게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여자들은, 상황마다 저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나는 그렇지 못해라며, 마음을 떼어 놓고 볼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