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멋대로g 2014. 10. 28. 07:51

그다!
그 사람이다.
저 앞에 걸어가는 검은 코트를 입은 키가 큰 남자는 그 사람이다.
나와의 간격은 기껏 십에서 이십미터다.
뛰어가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다
집 앞 골목에서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앞서 걷기 시작했을 것이다.
내가 긴가민가하며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을 알 것이다.
나의 착각이 아니다.
왼쪽발이 유달리 밖으로 튀어나가 팔자 걸음을 걷는 그다.
고치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못 고치던 걸음 모양새다.
훤칠한 키에 긴 다리.
수많은 아침을 집에서 역으로 향하는 거리에서 보내는 동안 보지 못했던 상이다
그다.
그래, 우리 그렇게 쉽게 헤어질 수는 없지.
잘 갈린 칼로 종이를 스삭 베어내듯 안녕할 수는 없는 사이지.
조금만 더 뛰면 코트 끝을 잡고 왜 나타났어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부지런히 걸으면서도 선뜻 간격을 줄이지는 못한다.
역에 도착하니 그가 보이지 않는다.

플랫폼에 올라섰다.

반대편에 그의 깨끗한 잘 생긴 얼굴이 보인다
왜 왔어.

왜 앞에 나타났어.

눈으로 열심히 묻는 나를 쳐다 보지 않는 그
전철이 들어온다
나는 이제 가야해
우리 사이에는 이제 이 만큼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