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이혜경 "저녁이 깊다"
멋대로g
2017. 4. 20. 15:16
사람은 정말 여러 겹이구나. 종이꽃 펼치듯 겹겹이구나.
방향 잃은 분노를 목격할 때마다, 사는 일이 무서워진다.
걸핏하면 사랑에 빠지는건 어쩌면 자기를 맞대면하는 일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결국, 평소에 흘려 넘기던 제 존재의 바닥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일이었으니.
사진 속 병묵은 편안한 표정이다. 왔냐? 병묵이 묻는다. 왜? 지표가 묻는다. 왜? 하고 물으면서도, 어쩐지 답안지를 제 호주머니 구석에 숨기고 묻는 기분이다. 답안지를 꺼내 평치기만 하면 답을 알 수 있다. 알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강렬한, 알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호주머니로 향하는 손목을 붙들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닐까. 자기가 만들면서도 뭐가 될지 모르는 어떤 것, 예측불가인 그걸 만드느라 모두 애쓰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