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주말일기

멋대로g 2017. 3. 6. 09:10

​오롯이 운동을 위해 투자한 이번 주말. 금요일 밤에는 다음날 운동 일정이 걱정이 되어 집에 그냥 들어왔고, 10시쯤엔가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토요일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먹고, 뽝소를 돌봐주기 위하여 뽀미네로. 2시에 운동약속이라 잠깐만 봐주는 거였는데도, 우리 뽝소는 할머니가 아닌 이모가 나타났다며 아침부터 울고 불고 지롤지롤을 시작했다. 그나마도 지 애미애비 다 나가니 그 때부터는 애교질. 어디가서 밥은 먹고 살겠다 싶다. 메소드 연기하 듯 태도를 바꾸는 너... 얄미워도 아침은 먹어야 했기에 계란 후라이 해서 간장, 참기름 넣고 비벼줬다. 밥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줬더니 맛있다며 먹는다. 이런 맛에 자식 키우나 싶어. 미친 듯 예쁘기는 하다. 근데 진심으로 오래는 못 보겠다. 반나절 이상 보면 둘이 머리 잡고 싸울 듯. 우리 뽝소는 손가락을 빠는 베이비라 그 것을 콕 집어 나의 장난기를 버무려 몹쓸짓 한 번 했다. 인터넷에서 뻐드렁니로 검색하여 엄청 못생긴 애를 찾아 손가락 빨면 이렇게 생기게 된다며... 나중에 뽀미가 이야기해주는데 토요일 오후 내내 "손 빨로 싶은데..."라며 칭얼거렸다며, 너 따위 이모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만 남았다.

​오후 두 시부터는 달리기. 정확히 NRC기준으로 30키로 달렸다. NRC가 안 맞는다고 하긴 하던데. 우리 운동팀분들은 항상 자기만 옳다. 3시간 12분. 30키로 달리고 나면 마라톤 나가서 완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뛰고 나니 멘탈이 더 약해졌다. 삼십키로가 정말 너무 말도 안되게 힘들어서이다. 어떻게 사람들은 아이언맨 풀 대회를 할 수 있을까? 난 아직 트라이애슬론을 하는데 금년부터는 아이언맨 하프는 도전해볼까 결심하고 있다가. 토요일에 망치에 머리를 맞은 듯.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토요일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영혼과 몸이 만신창이라 그냥 취소하고 집에 있었다. 그래도 월요일인 지금도 몸 컨디션은 아주 나쁘지는 않다.

일요일은 수영을 하고 싶었으나 전날 취소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산으로 날라다녀 옴. 영혼이 탈출하신게 맞기는 한게, 외곽을 타고 반대편인 구리방향으로 나갔다가 되돌아왔다. 아이고 아까운 내 돈. 톨비 양쪽으로 다 내게 되어 있는 줄 몰랐다. 역시 더럽게 비싼 외곽순환...

어랑이라는 생선구이집에서 점심을 먹고 호수공원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낼름. 다른 사람이 본인에게 힘든 이야기 털어 놓고 남 욕만 한다며 본인이 그 사람의 정신적 쓰레기통 같다고 말하는데, 문득 나는? 싶었다. 내가 먼저 전화도 안 하고 만나는 걸 계속 피하는 것 보면 모르나? 사람이 약할 때는 결코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싶어 챙겼다. 그건 사람대 사람의 예의라고 생각했고. 사실 그 동안 잘 해줬으니까. 그러나 어제 보니 이제 다시 튼튼해진 듯. 이젠 알아서 사쇼. 나도 내 인생만도 벅차니.

그리고 지난 한 달간 운동 열심히 하고 틈틈이 식단관리도 한 나에게 준 상. 배스킨라빈스 가서 치즈케익 들어 있는 종류의 아이스크림만 사서 파인트 한 통을 저녁으로. 밀가루 끊었지만 그래도 진심 저게 너무 먹고 싶어서 며칠 동안 생각만 하고 있다가 스스로를 가여이 여겨 사서 정말 행복한 자세로 먹었다. 따뜻한 돌침대 위에서 코빅을 핸드폰으로 틀어 보면서 한입한입. 그 자리에서 파인트 한 통을 다 먹은 미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