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5년 5월 20일

멋대로g 2015. 5. 20. 08:05

요새 "the wind-up bird chronicle" 읽고 있다. 영어 버전으로 다시 읽기 중인데 한국말 버전 때보다 백배는 재미있는 듯. 오랫만에 며칠 째 집에 가는 칠호선 안에서 책에 빠져 내려야 될 정류장을 지나치고 있다. 순간 한심하면서도 책에 흠뻑 빠져 있는 나는 사랑스럽다!

복싱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전회사가 보인다. 일부러 안 보려고 하니 더 눈에 들어온다. 그 시간에 불이 켜져 있는 한 곳. 내가 예전에 이 시간에 저기 있었지. 어떤 일을 했던가를 생각하게 된다. 근데 월급은 열심히 받았지만 일은 안 했던 것 같다. 일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삼년 가까운 시간을 남 뒷치닥 거리와 감정소모로 보냈다. 자조적으로 난 전사비서야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으니까. 똑똑한 한 두 사람이 모든 걸 이끌어가는게 회사라지만 이끌림을 당하는 입장에서 이끌어주는 이가 고맙다기 보다는 내가 몰살당하는 그 구조가 너무 싫었다. 꽤 긴 시간을 자기비난과 자기혐오 다시 자기합리화의 반복으로 버려냈다. 거짓말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게다가 환자 수준의 정신상태를 갖고 있는 상사 밑에서 일하면서 그 안에 있다보니 어느 선이 넘어도 되는지 혹은 안되는지를 모른채 있었다. 입사하자마자 켜져 있던 빨간 불을 무시한 채, 길에다 세워 놓고 욕하며 소리지를 때 '아 이건 아니구나!'라고 깨달은 멍청이였으니. 내가 지는 것일까봐 놓지를 못했다. 놓는 것이 도망가는 것이고 결국 패배자 취급을 받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내가 가장 소중한데,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더 많이 생각했다. 지금은 일을 할 때는 마음을 다해서 한다. 같이 일 하는 사람들하고도 감정적으로는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준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적절한 거리를 둔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순간만 지나면 풀어진다. 예전처럼 화가 나서 잠을 못자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예전의 열정이 없어서 그 만큼의 화가 안나나 싶다가도 이것이 맞는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여기서도 감정이 상할 것 같으면 그냥 미련 없이 정리할 것이다. 일은 힘들어도 참겠지만 감정이 힘든 것은 어디에서도 더 이상 참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