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1일
개똥이 되지 않기 위하여.
교육쪽에 한참 몸 담궜다가 정말 큰 마음 먹고 전직을 했다.
전직을 기어이 해냈을 때는 그냥 큰 변화를 온 몸으로 이겨내는 내가 대견스러워서 재미있어만 연달아 외쳤다.
1년하고 2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떤 직업이든 장점만 있지는 않겠지.
그래도 비교적 일의 난이도가 높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큰 무리 없이 진입했고 그냥저냥 일을 해내고 있다.
근데 일의 특성 상 속물근성이 매우 높아야 하는데, 내 자체가 속물적 특성을 갖고 있지 못해 가끔 한숨이 푹푹 난다.
속물적 특성의 정확한 의미는 속물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qualifications라고나 할까. 나 자체가 어느 정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느 정도 갖추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깔보고 해야 하는데, 내가 뭐 뛰어난 학벌의 소유자도 아니고 그럴 싸한 집안 출신도 아니고 좋은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주제에 타인의 소위 말하는 스펙을 갖고 판단하려니 가끔 눈물나게 꼴이 우습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 온 딜레마이다.
내가 제주도를 가려고 했던 그 이유를 다른 것과 착각했던 것 같다. 사람이 싫었던 게 아니라 교육업 특유의 속물근성이 싫었던것인데.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판단을 하다보니 지금 이 회사를 선택했을 수도.
막연하게 서울에서 잘 살아보고 싶어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지금의 회사는 그러한 견지에서 보면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삶의 질은? 내가 갖는 만족도는? 나의 선택이 삶에 대한 충족감을 주고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히 어떤 누가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어떤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평가를 하다니... 너무 우스운거지. 내 스스로가.
무슨 일이든 열심히는 하겠다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개똥이 되지 않기 위하여 나는 도대체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