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7년 10월 30일

멋대로g 2017. 10. 30. 11:01

10월이 이제 하루 남았다. 예상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두려움, 기대, 걱정 그런 것들이 문득문득 찾아왔다가 또 아무렇지 않게 스르륵 나가 버린다.

[월요병]

일반 회사처럼 묶여서 힘들게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월요일에는 짜증이 나는 것 같다. 출근해서 이메일 확인하자마자 깊은 화남. 바로 이메일로 쏘아 버림. 살짝 후회되기는 한다. 어차피 곧 안 볼 사람인데 그냥 좋게 말해주고 넘어갈 걸 하다가도, 주변에 사람이 그렇게 다 떨어져나가는 이유를 모르는가 싶어 살짝이라도 알려주고 싶었다라는 생각. 일종의 pms이긴 하다. 어제도 통영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짜증이 올라 쏘아버리기도. 나이 많은 사람들이 어린 사람들한테 하는 실수는 (자기 반성 또한 포함이다) 이야기를 던져 놓고 열심히 토론을 하면 자기는 성인군자인냥 혹은 좋은 사람인냥 혹은 경험해서 아는냥 어설픈 충고나 말 따위를 하는 것이다. 그럴거면 애시당초 시작을 하지마!소위 나이가 많다고 좋은 의도로 충고를 하는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부터도) 결국은 각 개인이 경험을 통해 깨닫고 배워야 하는 것임을.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과 충고나 조언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 그래서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것. 나 또한 강사 출신이지만 학교 선생님이나 강사 출신의 분들과 말을 나누나 보면 답답해지는 것이 그 것. 아이들을 통해 축적한 데이타를 통해 어른에게 쉽게 충고하는 것. 조심하세요. 


[긍정의 힘]

통영에서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했다. 경기를 시작하면서 통영 앞 바다로 뛰어들어 열심히 팔을 저었다. 올림픽 경기라 길지 않지만 그래도 1.5키로의 수영을 40분에 걸쳐 하는 나로서는 팔을 저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사이클을 할 때는 낙타등 코스들이 이어져 주의가 필요하여 경기에 집중하지만 또 달리기를 시작하는 즉시 생각의 바닷속으로 풍덩. 그냥 그런 생각들. 금수저도 아니고 내 개인이 빼어나서 공부를 잘 하여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그래서 항상 좋은 환경에 있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운도 좋지 못하여 거저 생기는 것 없다며 뭐든지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 되고 그래서 힘들다는 생각. 그러다 옆에서 나를 잘 아는 모든 이들이 해 주던 이야기인데 나만 듣지 않았던 이야기가 처음으로 머리에 제대로 각인이 되었다. 노력한다고 뭐든지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 근데 난 내가 원해서 노력한 것은 얻어왔으니 이렇게까지 운이 좋을 수 없다는 것. 이 운에 고마워하고 나를 도와주는 주변인들을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왜 깨닫지 못했을까. 왜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을까!


[잘 해준다는 것의 폭력]

그 동안 했던 연애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대충 지금까지 6번 정도의 연애를 했는데, 내가 잘못한 적도 있고 상대방이 잘못한 적도 있고. 둘 다 시큰둥하게 그냥저냥 지내다 끝낸 경우도 있다. "잘 한다"라는 말이 참 애매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렇게 잘 했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런 것들. 그런데, 잘 해준다는 것 사실 잘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의 기준에서 연인이 좋아할 것 같아 행동을 하고 그에 맞춰 연인이 반응하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그러다 헤어지고. 그러나 정말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했던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 사람이 해준 것인가라고 하면 나를 비추어보면 아니다라는 것. 그래놓고는 내가 이렇게 잘 하는데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고 실망하는 것, 그로 인해 싸우게 되는 것, 그 것이 바로 상대방에게 가하는 심리적 폭력이라는 것. 연인관계에서만은 아니고 친구관계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