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7년 12월 08일

멋대로g 2017. 12. 8. 19:51

​정리에 청소에 전날 열 두시 넘어 잠이 들었는데도 여지 없이 아침 5시에 눈이 떠졌다. 피곤하니 이불 안에서 비벼볼까 하다가 그것도 체질에 안 맞아 힘차게 일어나서 아침 해먹었다. 고기볶음에, 김에, 야채에 밥 이렇게 먹었다. 순간순간의 기억을 위해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데도 자꾸 깜빡한다. 블로그도 바빠지면 자주 못 쓰겠지. 나의 일기장이여. 이제 돌아다니며 살겠다고 작정 했으니 오프라인으로 뭔가 남기는 것은 자제하기로. 

회사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 위주로 옷을 들고 왔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일상생활의 옷이 필요해졌다. 장보러 다니거나 놀러 다닐때 혹은 자전거 탈 때 걸치적 거리는 길고 무거운 코트에 체인으로 사람도 잡겠는 샤넬백. (나 샤넬백, 돈 없으면 가용할 수 있는 현찰로 가져왔다. 여차하면 팔아버릴 생각. 도쿄 가난뱅이인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유니클로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구글로 검색했더니 생각보다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집이 있는 곳의 역의 반대편 출구. 반대편이 번화가라 술집도 많고 우체국도 있더니 역시 큰 몰이 있었네. 

개장은 열시인데 난 아침에 할 일이 없어 일찌 나와 커피를 마셨다.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다. 크레페, 와플, 샌드위치 이래저래 많이 파는 곳인 듯. 홋토 코히는 세금 합쳐서 270엔. 일본이니까 커피는 맛있겠지 했는데, 뭔가 사약먹는 기분. 쓴 커피 좋아하는 나한테도 너무 쓰기만 한. 쓴 커피 끝에 풍미가 있어야 하는데 정말 쓰기만. 마음 속에 엑스쳤다. 우리 집 쪽 가는 길에 있는 커피집이 비싸도 진짜 맛은 있는 듯.

​몰이 생각보다 엄청 커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뭐가 있나 구경했다. Gu가 있어서 차라리 여기서 옷을 사입을까 하다가 둘러보고 바로 포기. 싸다고 사면 안 입어버리는 나니까. 그리고 유니클로에서 경량패딩 자주색 긴거 하나, 벨벳바지 (할인해서 720엔), 히트텍 목티 세 개 샀다. 집이 추워서 뭔가 따뜻한게 필요해서. 난 추위 안 타는 편이고 도쿄 온도가 그리 낮지 않기에 안 추울거라며 무시했는데 큰 실수했다. 습해서 그런지 바람이 뼈로 파고든다. 추우면 마음이 서글퍼지니 따뜻하게 잘 챙겨입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발견한 와코루. 안 그래도 일본오면 브라 사야지 하고 한국에서 입던 낡은 건 다 버리고 왔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얼씨구나 세일도 한다. 사이즈가 헷갈려서 다시 재달라고 했더니 70에 e란다. 그래서 입어봤는데 컵이 작아서 70에 f... 그랬더니 가슴이 숨쉰다. 나 성인영화 나가야 하나, 키는 못 크고 쓸데 없는데만 컸네 했다가 사실 실제보면 그리 크지는 않아서 내 가슴이지만 묘한 년일세 하고 넘겨버렸다. 기능성을 세일해서이긴 하지만 5000엔에 구매했다. 한국에서는 사이즈 때문에 비너스 입다가 문득 비싸다는 생각에 에메필도 입어봤는데, 에메필은 가슴 부심을 주지만 너무 답답해서 포기. 비너스는 비싸서 포기.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태국 갔을 때 마침 방문한 와코루 매장에서 몇 개 구매. 근데 태국 와코루랑 일본 와코루 뭔가 다른 듯. 같은 모델도 없고 일단 착용감이 달라. 특히 팬티는 확실히 다르다. 어쨋든 기쁜 마음에 계산하고 나왔다. 앞으로 이 매장을 애용하겠어.

​마지막으로 일층에 있는 무인양품을 꼼꼼하게 돌다가 문득 내가 무인양품에 질렸구나를 깨달았다. 여기와서도 무인양품이 비싸기도 했지만 뭔가 가보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다. 나야 비싸도 마음에 들면 사는 타입인데, 역시 질리는 것에는 답이 없는 듯. 니토리도 결국 질릴려나?

집에 돌아와서 고기3종으로 점심먹었다. 야채가 똑 떨어졌다. 자꾸 고기보다 야채 욕심을 내는데, 고기는 조금만 먹어도 배불러서 돈이 오히려 안 드는데 야채는 이것저것 먹고 싶어지고 은근 많이 먹게 되어 참. 저 3종도 유통기한이 짧아서 싼 것들 위주로 사온거라 한 번에 구워버렸다. 근데 저 소고기는 무슨 와규라고 마트 가격에 100그람에 1200엔. 맛있는 고기일 것 같은 호기심에 샀는데, 난 마블링 몸에 안 맞는 일인. 다시는 저런 마블링 있는 고기 안 사고 안심같은 살코기 위주로 사겠다. 여기 온지 6일째인데 아직 돼지 고기 한 번도 안 먹었네. 내일 도전해봐야지. 혼자 사니 정말 내가 장을 안 보면 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놀랍지도 않은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타지 나와서 잘 먹어야지 싶어 비싸도 과일하고 야채 실컷 사야겠다. 

​우리 동네 젊은이들 구려서 예쁜애들 구경하고 싶어 그나마 가까운 시내로 자전거 타고 놀러나갔다. 자라에서 옷 입어보다가 내가 너무 기특해서 착샷 찍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무슨 똘심에 유니클로 경량패딩 사지도 않을 뿐더러 시내에 입고 놀러나가는 짓은 절대 안했을 것이기에. 그리고 내심 벨벳이 입고 싶었는데 이제 나이 생각해야지, 유행 따라가면 안되는 나이야라며 나를 얼르고 있었기에. 제대로 멋대로 살고 싶었던대로 살아보는구나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의 전개. 

​몸이 너무 건조해서 사봉가서 바디로션 사려고 들어갔는데, 사봉에 열광하는 이유는 뭐? 점원에게 미안할 정도로 여러가지 발라봤는데 질감이 좋은 것도 모르겠고 향이 좋지도 않고. 난 솔직히 세타필을 원한다. 마트나 드럭스토어마다 찾아보는데 이 나라는 세타필 안 파나보다. 한국가서 사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