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7일 목요일
요새 바람직하게 신체 활동을 하는 듯 하다. 그냥 먹고싶은대로 먹고 운동을 꼭 한다. 거울보면서 아 튼튼하구나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몸무게는 전에 없이 최고로 높아졌는데, 다행히 옷 사이즈가 늘지 않았다. 아직은 가임기의 여성이라 호르몬의 농간에 마구 놀아난다. 특히 일주일 전 폭식은 전혀 고쳐지지 않는다. 아이허브에서 달맞이꽃오일을 사서 꾸준히 복용하려고 노력하는데 귀찮아서 자꾸 빼먹기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거짓말같이 이 폭식의 시기에 순대나 고기 등의 음식이 땡기고 그 외의 기간에는 냄새나서 못 먹고 이런 것을 반복하고 있다.
요가는 계속 그대로 하고 있다. 내 몸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요가를 통해 느끼고 있다. 특히 균형을 잡는 자세에서 한 쪽이 현저하게 균형감이 떨어진다. 누워서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바닥에 닿게 할 때 한 쪽의 발끝이 더 쉽게 바닥에 닿는다. 잘 안되는 한 쪽을 더 신경써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몸이 상당히 유연한 편인데도 이제는 정굴자세가 녹록치 않게 느껴진다. 요가를 빠지게 되어 삼일 이상 안 하게 되면 서서하는 정굴자세에서 확실히 얼굴을 종아리에 대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새로 발레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 발레학원에서 했다가 이번에는 체육센터에서 하는데 만족도가 더 높다. 어차피 내가 지금 발레 공연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동작을 천천히 배우는 것보다 운동 효과가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센터의 선생님이 쉴 새 없이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발레 계속하다 보면 여성스러워 질려나? 그랬으면 참 좋겠다. 생각보다 신발과 적당한 공간만 있으면 혼자 연습하기도 어렵지 않고. 자세나 손동작이 예뻐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
철인운동은 그냥 하는 것이라고 생각. 무주대회 신청으로 자전거만 올인 중. 허구언날 욕하면서 타고 있다. 무주대회 끝나면 수영과 달리기도 적당히 병행하기를. 팀원들이 요새 전체적인 경기력 향상으로 올림픽 게임은 잘 나가지도 않고 연습도 설렁설렁 하는 듯. 올림픽 위주로 즐겁게 하는 팀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가, 철인 운동의 특성 상 어느팀을 가더라도 결국 이렇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런 운동에 발을 들인 인간이라 하면 자기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지게 되니까.
마음이 문득 아파졌다.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사람은 살 수 있단다. 근데 인간관계 넓지 않은 나는 내 멋대로 들어주는 사람을 소수로 한정시켜버리고 그들에게조차 모든 것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간혹 너무 아프고 힘들면 그냥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늘어 놓게 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억눌려 있던 감정이 풀리니까, 그리고 어떤 식으로 상황을 정리해야 할지 머리에 그려지기 시작하니까. 그래서 가끔은 과도한 내용도 털어 놓는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마냥 쿨한 여자인 것처럼. '이미 지난 일이지만 이런 일이 있었어. 마음은 정리되었지만 어쨌든 그랬어,' 라는 따위의 말로. 대부분은 마음 속에서 진행 중인 일들이지만. 그러나 요새 많은 생각이 든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아픔을 공유하는 것 역시 친하다는 사이를 저변에 깔고 휘두르는 폭력이 아닐까하고. 공유한 아픔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을 때 나는 앞으로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떤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