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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호아퀸 피닉스가 주연이라고 해서 보려고 마음 먹은 영화였다. operating system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고는 생각 안했다. 게다가 여자배우로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다니 안보는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겠다 하고 본거다. 오랫만에 진짜 마음에 드는 영화랑 조우했구나 하는 기쁨과 동시에 (요새 정신상태 매우 건강하고 좋아서 잠시 전회사에서 생겨났던 우울증이 없어졌구나 했는데) 우울함이 같이 밀려왔다. 보는 내내 너무나 공감해버렸다. Theodore의 외로움과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함에. 특히 소개팅한 여자와 만나 술 한잔 하다가 둘이 결국 어색해져서 급하게 자리를 마무리 하는 모습에서 똑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요새 사람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내가 보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Theodore가 os인 Samantha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악 하고 소리치며 울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혼 서류에 서명하기 위해 전처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os임을 밝히자, 전처가 마구 날카롭게 전남편을 몰아붙이는데, 뭐랄까, 가슴이 답답해졌다.쓸쓸한 영화였다. 그리고 검은 화면 위에 Samantha와 Theodore가 교감을 통해 하는 섹스신... 폰섹스일 뿐이잖아 해버릴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어느 영화에서 본 섹스신보다 너무 아름다웠다. 목소리만으로 정말 완벽한 연기를 하는 스칼렛 요한슨. 좋아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영화에서는 비록 살짝 찌질한 감이 있지만 역시 호아킨은 내 남자하고 싶은 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