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서울 사람들의 저장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산이 내 곁에 없는 것을 알았다
낮도깨비 같이 덜그럭 거리며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며
사랑 따위를 팔고 있는 동안
산이 떠나버린 것을 몰랐다
내가 술을 마시면
같이 비틀거리고
내가 누우면 따라서 눕던
늘 내가 되어 주던
산을 나는 잃어버렸다
내가 들르는 술집 어디
만나던 여자의 살냄새 어디
두리번거리고 찾아도
산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산이 가버린 것을 알았을 때
나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