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나무들은 이별의 준비로
더욱 사랑하고만 있어

한 나무 안에서
잎들과 가지들이
혼인하고 있어
언제나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들이 사랑하는 줄
나는 알았지

오늘은 비를 맞으며
한 주름 큰 눈물에
온몸 차례로 씻기우네

아아 아름다와라
잎이 가지를 사랑하고
가지가 잎을 사랑하고
가지가 잎을 사랑하는 거
둘이 함께
뿌리를 사랑하는 거

밤이면 밤마다
금줄 뻗치는 별빛을
지하로 지하로
부어내림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지

보아라
지순무수, 나무들의 사랑을 보아라
머잖아 잎은 떨어지고
가지는 남게 될 일을
이들은 알고 있어
알고 있는 깊이만큼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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