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와 색을 무기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화가 있다더니, 미실이야말로 그 요화의 현현이 아닌가 하였다. 지소태후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사람은 반드시 정도를 넘는 악을 가지고 있다'는 옛 사람의 말을 다시금 상기했다. 극명한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파괴와 광기의 불언한 징후가 도사리고 있었다.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 어둠도 짙고 깊었다.
무릇 모든 사랑이 그러하다. 깨어지고 부서져 사라지는 순간 그 정체가 가장 선명해진다.
미실은 섣불리 반성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후회조차 그녀에겐 치욕으로 느껴졌다. 오직 자신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삶의 쪽배를 저어 가리라. 그것만이 그녀가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후회막급 뉘우친대도 돌이킬 수 없는, 이미 흘러버린 시간이었다. 거침없이 몰아쳐 변하는 세월 속에 인아를 믿고 고집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나는 없다, 명백히 있고도 없다••••••.
*인아: 사람의 몸 안에 늘 변하지 않는 본체가 있다는 미혹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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