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성추행이었다. 일호선에서 칠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당한 일은. 그 남자는 오십대쯤으로 보였고 일부러 다가와서 팔꿈치로 가슴을 만지고 갔다. 당황한 나는 그냥 멈춰버렸고 어떡해야 하나 순간 고민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그 자리에서 조치를 취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계단을 내려와 통로를 걷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그 님자가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향하는 곳은 내가 타려는 전철과 반대로 가는 곳으로 그 방향에서는 거의 종점에 가까운 곳이었다. 나의 시선을 의식해서 일단 그 쪽으로 간 것 같았다. 순간 무서워졌다.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각종 사건,사고들. 스토커, 묻지마 살인 등... 신고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내가 두려워 해야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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