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지보다 하루하루의 삶이 더 낯설고 위태해지는 나이를, 그런 해들을 통과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죽음은 내 뒤를 따라다녔다. 때로 앞서서 걸어가기도 했다. 잠을 잘 수 없는 밤, 좀처럼 새지 않는 밤에, 어둠 속에 누워 있다가 그것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는 호들갑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깊은 감동이나 충격을 받은 일은 오히려 되도록 말하지 않았다."

"난 말이지, 정희야.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나를 사랑한다는 그 어떤 남자의 말은,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고, 내가 그를 위해 많은 걸 버려주길 바란다는 말일 수도 있지. 단순히 나를 소유하고 싶거나, 심지어 나를 자기 몸에 맞게 구부려서 , 그 변형된 형태를 갖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고, 자신의 무서운 공허나 외로움을 틀어막아달라는 말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야."

"먼저 고백해야만 한다.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고.
내 눈물을 믿지 않는다고.
내 진실을 믿지 않는다고.
내 기억을, 고통을 믿지 않는다고."

"누군가의 죽음이 한번 뚫고 나간 삶의 구멍들은 어떤 노력으로도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차라리 그 사라진 부분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아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는 것을 그때 나는 몰랐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그것으로부터 떨어져나오기 위해 달아나고, 실제로 까마득히 떨어져서 평생을 살아간다 해도, 뚫고 나간 자리는 여전히 뚫여 있으리라는 것을, 다시는 깜쩍같이 오므라들 수 없으리란 것을 몰랐다."

"삼촌이 들려주었던 인면도화라는 말을 기억했다. 복숭아꽃처럼 어여쁜 얼굴이라는 뜻--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하면 그리움 때문에 얼굴이 아름답게 기억된다는 뜻이다."

"용서하지 못했다. 삼촌의 피붙이가 아닌 나를, 그 순간 인주가 굳이 부르지 않아도 되었던 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어떤 생각이 떠올라 나는 숨을 멈춘다. 이 남자는 어떤 형태로든 인주를 불행하게 했을 것이다. 인주의 남모르는 근심, 오래 곪은 환부였을 것이다. 연인이었다는 그의 말이 사실이든, 절반의 사실이든, 전혀 사실이 아니든."

"지금 생각하면 그녀가 혼자 술을 마신 것은 유일한 일탈, 유일하게 가능한 방식의 자멸이었을 것입니다."

"그녀들은 똑같은 눈을 가졌습니다.
그녀들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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