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꽤 팔린다는 사실에 고무받은 김씨의 형은 본격적으로 장사를 할 상인들을 물색했다. 음악적 지식만이 아니라 교양 수준이 밑바닥인 애들에게 판매를 맡겨 놨더니 폐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ABCD만 대충 알지 be 동사를 베로 읽는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무식한 자들이 타이포그래피로 복잡하게 장식된 밴드 이름과 앨범 명을 제대로 이해할 리 없는 까닭에, 손님이 와서 무슨 앨범 있어요,라고 물을 짝이면, 니가 찾아봐 씹새야, 같은 황망한 응대를 하는 형편이었다. 그리하여 열정을 가지고 레코드 가게를 열었다가 장소가 좋지 않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좌절을 맛보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과, 음악적 지식은 뛰어나지만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 채 놀고 있던 분들이 김씨의 형이 지배하는 경운상가 내, 비어 있던 점포에서 빽판 소매 사업에 참가하게 되었다.

작가의 자존심이란 알량한 자만심이나 허영의 자의식이 아니다. 불가능한 것을 강요받을 때 할 수 없다고 저항하는 판단력 같은 것이다. 


-재미있어 읽다가 시인이 안기부에 잡혀가는 순간부터 마음이 답답하여 접어 버렸다. 얽혀버린 개인사와 고문장면에 자꾸 소름이 돋아 읽지 못하겠는 것을 어쩌겠어. 불편해서 피하고 싶은 심리인 걸. 오늘 라디오를 듣는데 영화평론가가 "5일의 마중"이라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를 주제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영화감독과 같은 스토리텔러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한 개인의 관점에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예를 들어 이만명이 사망했던 일본의 지진은 한 명이 지진으로 사망한 사건이 이만개인 것이라고. 덧붙여서 한국처럼 역사적인 사건이 많은 곳에서 한 개인이 그 역사의 질곡으로 인해 겪어내야만 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많지 않아 아쉽다고. 어느 순간 광주민주화운동, 혹은 일제당시 여성위안부 이러한 이야기들이 개인화되어 다가와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름이 돋아 피하게 됐다. 그런 일이 있었어의 역사에서 내가 당시에 살았더라면 나도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을 수 있는 일이었어가 되면서. 이를 소설이나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고마움과, 스토리텔링의 위대함과 또한 그 책임을 깊이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동화 득템  (0) 2017.02.04
prep for 2017 marathon  (0) 2017.02.04
삼오집  (0) 2017.01.31
오후정  (0) 2017.01.29
남과 여  (0) 2017.01.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