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장인데 미치겠다. 여자 넷이 세로로 누워야만 하는 닭장 같은 좁은 곳에서 자야하는데 난 불가능. 게다가 내 옆자리 아가씨의 미세한 코골이에도 신경이 계속 쓰여, 저녁 일곱시부터 누웠지만 결국 열시에 포기하고 식당에 나와 앉아있다. 화장실도 헛구역질이 올라와서 몇 번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 나무가 있는 산이라면 밖에다 볼일을 보고 싶은 수준. 고산병으로 혹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고생할 줄 알았더니 이외의 것으로 고통 받는 중. 그래도 와이파이 되어 게임이라도 하며 시간을 떼우니 살 것 같다.

오늘 정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구합목까지 온 어제 일정으로는 후지산 오를 만 하다, 사실 등산 난이도는 중도 안되는 듯. 설악산을 상으로 기준을 뒀을 때. 다만 고산병 걱정을 미리해서 5합목부터 호흡 열심히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약간의 두통 외에는 별로 달라진 것 없다. 지금부터 한 시간 후인 새벽 두시반부터 정상을 타기 시작하는데 다를 수도 있을 듯. 한번도 안 오르면 바보지만 두 번 올라도 바보라는 후지산 관련 문장의 의미 이해! 그래도 구름보다 높이 올라와서 보는 풍경은 눈에 마음에 잔뜩 담아가고 싶을만큼 훌륭하다는 건 사실.

일요일인 지금 올리는 마지막 후기. 9합목에서 10합목 올라가는 길이 꽤 길었고 야간 산행이라 쉽지 않았지만 역시 매우 고난이도는 아니었다. 근데 전날 너무 챙겨 먹었나 싶어 중간 간식을 대충 먹었더니 당떨어짐 현상 경험. 장시간 운동 하는 사람은 알지어다 당떨어짐 현상. 몸이 살짝 부들부들 떨리고 휘청 하는. 그리고 등산보다는 확실히 하산이 어려웠다. 장비를 렌탈했는데, 집에 있는 등산화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다섯 번 정도는 미끄러져서 넘어진 듯. 

후지산 등반은 블로그 잘 보고 경험자들이 시키는대로 해야한다는 것. 블로거들이 괴롭다고 말 하는 포인트에서 정말 괴로워졌다. 사람인지라 요행을 바라고 후지산이 나한테만은 다르지 않을까 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추울 때 정말 추웠고 힘들 때 힘들었고 등산보다 하산이 너무 힘들어 왠만한 체력으로는 중간 휴식 없이 하루에 완주하는 것 좋은 생각 아닌 듯 하다. 나도 체력 하나는 어디에서 안 지는데 산장에서 잠은 못 잤더라도 휴식은 취했으니 정상까지 무리 없이 간 것 같다. 그리고 가이드 동반 투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페이스유지. 기분 내키는 대로 막 갔다가는 페이스 조절 실패로 고생 엄청했을 듯.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두번은 안 하겠지만 정말 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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