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작가를 소설 기계라고 했는지 알겠다. 일련의 단편모음집을 읽었는데 여느 작가의 장편보다 무겁고 밀도가 진하다.

"아홉번째 아이"
양키들의 약도 뿌리 뽑지 못한 월남의 정글이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은 세상이 정글이라는 것이었다. 약한 자는 먹히고 강한 자는 먹는다.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총알이 빗발친다고 궁둥짝을 마냥 땅바닥에 붙이고 있으면 벌집이 되기 십상. 이제 궁둥짝응 바짝 들고 자세를 낮춘 채 참호를 박차고 나갈 때였다.

"염소의 주사위"
아버지는 동생을 잃은 뒤 몸속의 뜨거운 불을 끄기 위해 차가운 불을 입안에 들이부었다. 아버지의 정신을 무너뜨린 것은 뜨거운 불이었고, 몸을 망가뜨린 것은 차가운 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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