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다 사버렸는데, 당분간 이별을 고해야겠다. 촉촉한 감성의 책을 읽고 싶은데, 온갖 상징과 숨겨진 메세지를 생각해야 하는 무라카미상의 글들은 현재의 나에게는 조금 딱딱하달까? 2004년 작이라면 기존에 읽었던 "태엽 감는 새"나 "해변의 카프카" 보다는 나중에 나온 책일텐데, "1Q84"와 함께 일련의 책들의 전초적 느낌이 살짝 베어있다. 알게 뭐야! 당분간은 촉촉 감성으로 돌아갈테니 무라카미상 잠시만 안녕.
"'예를 들면 영화 <알파빌>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우는 사람은 체포되어 공개처형을 당하게 돼요.' '왜?' '알파빌에서는, 사람은 깊은 감정이란 걸 가지면 안 되거든요. 그 때문에 알파빌엔 감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죠. 모순도 아이러니도 없어요. 모든 사물은 수식을 사용해서 집중적으로 처리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에리와 마주 앉아서 오래 이야기하고 있으면 말이야, 어쩐지 점점 이상한 기분이 돼가거든. 처음 얼마 동안은 그런 이상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가 이상한 느낌이 바싹바싹 다가오는 거야. 뭐랄까, 내가 자리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듯한 감각 같은 것. 그녀는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도, 그와 동시에,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어."
"그래도 괜찮아. 그럴 기분이 들지 않으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금까지 꽤 많은 남자들과 섹스를 했지만, 생각해 보면 말이야, 그건 결국 두려웠기 때문이었어. 누군가에게 안겨있지 않으면 두려웠거든. 누군가가 나를 원했을 때 분명하게 거절하지 못했지. 그뿐이야. 그런 식으로 섹스를 해봐야, 좋은 일 같은 거 하나도 없어. 오히려 살아갈 의미 같은 것들이 조금씩 닳아가며 줄어들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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