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감성이 필요하다고 큰 소리 치고 일본 여성 작가의 책을 사들였다. 그 중 첫 번째로 시작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책의 분량이 작고 가독성이 높은 책이라 주말내 거의 마무리했다. 크게 세 개의 단편으로 묶인 책인데, 앞의 두 편은 소제목이 어떻든 "키친 1, 2"이고 마지막 한 편은 별도의 단편 소설이다. "키친"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은 죽음 언저리에서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으나, 그 감정의 깊이가 보이는 방식은 내가 기존에 읽던 소설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사실 "키친 1" 중반부에서 그만 읽을까도 고려할 정도로 글의 전개가 낯설었지만, 후반부에 가니 적응이 조금 되었다. 

 

"나는 지금, 그를 알게 되었다. 한 달 가까이나 같은 곳에 살았는데, 지금 처음으로 그를 알았다. 혹 언젠가 그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하게 되면, 항상 전력으로 질주하는 나지만, 구름진 하늘틈 사이로 보이는 별들처럼, 지금 같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금씩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왜 사람은 이렇듯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버러지처럼 짓뭉개져도, 밥을 지어먹고 잠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간다. 그런데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언어는 절망을 말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침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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