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살면 살수록 실제의 삶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마다 와전되고 부언 첨삭되어 원전을 확인할 수 없도록 각색된 구전이란것을 깨달았다. 삶이란 아귀를 맞추는 것을 단념하고 해독을 유보한 채 다만 자신의 진실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혜규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가, 이 세계에 새겨진 원전과 원전 사이에서 저마나 하나씩의 이야기를 만들어 신에게 바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은 행복인지 불행인지, 선인지 악인지, 짧은지 긴지를 묻지 않고 얼마나 이야기다운가를 물을 것 같았다.

 

가능한 완전히 절망하기를...... 손 앞에 잡았던 것을 놓고 담담해지는 것은, 어찌할 수도 없는 경우엔 그것도 하나의 생존 방법이다.

소용돌이 바람 같은 혼란스러운 열정이 가라앉으면 다시 서로가 다만 인간으로 보일까? 만났지만 아직 한사코 사랑을 시작하지 않았던 때처럼, 건널 수 없고 뒤섞을 수 없는 서로의 인생이 다시 선명하게 보일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