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30일
"어느 날인가 후회도 할 것이다. 빗속을 걷는 자가 작고 누추하나마 아늑하고 따뜻한 방 하나를 어찌 그리워하지 않으랴. 누구의 것도 아닌 천 길 벼랑에 외로이 핀 꽃이 어찌 아래로 내려서고 싶지 않겠는가?"
"이리 모진 일인 줄을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무서운 일인 줄은 몰랐어요. 몸을 맺었는데, 어찌 정인들 들지 않을까요? 정이 들지 않는데 어찌 자꾸만 몸을 맺을까요?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 하면 마음을 더럽히게 될 것이고, 마음을 더럽히려 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성처를 입을 것입니다. 어찌 마음 없이 몸을 받아들이란 말이에요, 어찌 몸을 받아들이고도 마음을 차게만 가지란 말인가요. 더운 마음을 어찌 홀로 버리고 또 버리란 말이에요."
"당신과 함께 있는 이곳이 어딘지 난 도무지 모르겠소. 도무지 모르니, 한 번 어긋나면 다시는 못 찾아올 것만 같소."
"잘못한 일일 수도 있으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떤 길을 택하였던 이제 와서 무엇이 크게 달랐겠습니까? 어떤 길이든 뜻대로, 예상대로 편편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잘못된 길이라 해도 내 의지대로 선택했기에 세상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며, 지극히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길에서 벗어난다 해도 남의 힘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일에 불과하니까요. 이곳에서 나가면 나는 오직 나 자신에게로 옮겨 갈 것입니다."
무엇을 원했던가... 아무것도 원한 것이 없었다. 기다렸던가... 다시 만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동안만이라도 둘이 함께 살기만을 바랐다. 어디서든, 무슨 짓이라도해서 함께 살아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나 요즘 이 책과 사랑에 빠졌다. 그저께는 이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새벽 네 시에 잠들었고, 늦에 일어나서 아침에 운동을 안 갔다. 한 단어 한 단어가 너무 주옥같다. 잠깐 잊고 있던 전경린이라는 소설가에 대한 나의 애정이 다시 불타오른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사들이고 있다. 대학교 때 도서관에 쳐박혀 그 당시까지 나온 모든 책을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 그냥 사고 있다. 대학교때 궁핍한 처지에도 "내 생에 하나뿐인 특별한 날"은 샀었는데,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해주면서 돌리다가 어느 순간 내 손을 떠나버렸다. 다시 사야 하는데, 이 책은 품절이다. 서점가서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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