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추 한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버렸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하러 왔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데, 진정 무엇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왔느냐 묻는 다면 '아니'가 나의 대답이어서.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여 생각하다보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할 것 같아 무턱대고 덤벼들어 이 도쿄라는 도시에 왔다고 하면 내가 무척 잘못된 사람인 것일까?
너무 편하기만 하여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나의 삶이 싫어 그냥 외국에 가버리자 생각해버렸고. 그래도 지인이 있고 나의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뉴질랜드에 가자, 이왕 갈것이면 이민 갈 생각으로 가자 싶어 박사 과정 준비하다가, 어느날 문득 내가 과연 리서치를 할 수 있을까에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차라리 단기라도 취직으로 가자 싶어 취업을 준비하던 중에 도쿄에서 먼저 제안이 왔고, why not이라는 생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했고 어쩌다 보니 그냥 그렇게 와버렸다.
사람들과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했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별생각을 안 했던 것일수도.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패닉의 순간이 여러 번 있기는 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서로 의지하며 가족으로 친구로 엄청나게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니까. 엄마 때문에 결혼은 안 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결혼을 해서 엄마랑 헤어져야 한다면 그 상대는 better be damn good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도 사실. 친구들과 그 외 사람들은 사실 잘 모르겠다. 한 번의 큰 실망이 있은 후 마음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이니까. 그렇지만 동시에 떨어져 있어보니 오히려 마음이 헤아려지기도 하여 그냥 잘잘못이라는 사람들이 만든 경계 따위 무시해버리고 그녀를 응원하는 것이 맞았겠다 싶은 생각인 든다. 이미 아팠을텐데 내가 더 아프게 한 것이구나 싶은. 어차피 아프고 있었고 더 아플 건데 그냥 나라도, 아니 우리라도 그냥 옆에서 있어주는 것이 맞다. 응원은 못해줘도 옆에 앉아서 이야기라도 들어주는 것이 맞다. 난 이야기조차 듣지 않겠다고 뿌리쳐버렸는데 그게 지금은 미안하다.
12월 3일에 도쿄에 들어와서 이제 연말이다. 연말이라 회사는 며칠 더 쉰다. 집에 있으면서 잡생각하느니 일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알아서 해야한다고 하지만 연말의 모든 것들이 쉬는 분위기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것이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고.
안되는 실력으로 카레를 잔뜩 만들어서 먹고 있는데, 내가 한 음식이 생각보다는 맛이 대체적으로 괜찮다. 사실 요리라고 할 것이 없기는 하지만. 단백질 부족할까봐 계란이라도 열심히 먹고 있고,
테쇼쿠. 일본의 백반집인 듯. 자꾸 다녀야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집에서 아침에 나베요리를 해먹었는데, 만들기도 쉽고 건강식이고 대충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넣어서 먹으면 되어 좋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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