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지 모르겠는데, 하루하루 빠르게 시간이 가고 있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2019년이 되었고 문득 또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2월이 되었다. 계속 단단한채로 그렇게 살고 있다. 때때로 짜증이 오기는 하지만, 그 순간만 잘 지나면 왜 그랬을까 싶게 풀려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일은 노력하니 되기는 한다. 그렇다고 마음이 흡족할만큼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안되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나를 지탱해주는 수준.
엄마와 외숙모들 네 분이 도쿄를 다녀가셨다. 지난 주말 엉터리 가이드 노릇하느라 힘들었다. 역시 우리 유여사님, 사이다처럼, 일본애들 못생겨서 못생김 옮을까봐 걱정된다고 일본을 뜨라고 하셨다. 농담도 잘해라며 깔깔 웃고 한 편으로 동감했다. 못생겼다는 것에. 타고난 생김이 못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억눌려 일그러진 얼굴이 못생겼다는 의미로. 여기 사람들도 나처럼 탈출을 해야 하나봐. 그 얼굴이 한국에서의 나의 얼굴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엇인지도 정확치 않은 것에 나를 옭아 매고 스스로를 의심했던 그 것.
사람을 가려 사겨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농담처럼 못생긴 애들과 가난한 애들이 싫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숨겨진 의미는 조금 다르다. 억눌려 못생겨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이 가난하여 돈을 따라 공격적인 사람이 싫다는 것이다. 나를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서 누구는 못생겨서 싫어, 누구는 가난해서 싫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나의 직업을 참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영업의 성격이 짙다보니 너무 남을 함부로 여기는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한다. 소시오패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도 본다. 내가 snob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 고상하고 싶으니까. 그래서 쉬운 길이 있어도 비열하다 생각하면 가지 않는다. 하지 않는다. 고상하게 해보고 안되면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다른 곳을 향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계속 떠돌까? 도쿄에 살기 시작한 즈음에는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느라 힘들었는데, 적응이 된 순간부터는 정착하고 싶지 않아 들떠버렸다. 지면에서 자꾸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기 싶어 여기를 찾아왔으니 한 없이 멀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회사 동료가 같이 술을 마시는 중에 나는 진정한 행복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무엇인가 안정되어 행복해질 것 같은 매 순간마다 도망치고 있으니까. 행복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무서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