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끼는 또 하나의 친구가 회사 때문에 멘붕이 찾아왔다고 연락이 왔다.
워낙 일 열심히 하고 그에 따라 능력도 인정받아 회사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였는데 이외였다.
낙산에서 지친 몸을 질질끌고 와서 눈꺼풀이 만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친구의 문자를 그냥 넘길 수가 없어 명동으로 나갔다.
스타벅스에서 시작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
왠지 이백프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친구 역시 일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랄같은 상사가 문제라고 했다.
본인이 똑똑하고 독종이고, 그로 인해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 주변의 모든 이가 그러기를 원하는 상사였다.
범위가 넓은 일을 시키면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일을 처리하길 원하고 사소한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그런 상사였다.
잘잘못을 따질 때 확실하게 추궁하는 스타일의 상사였다.
난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내가 그 동안 느꼈던 것들을 친구가 말하는 상황과 맞을 때마다 이야기했다.
친구가 무엇보다 고민하는 부분은 자신이 지금 상황을 이겨내지 못해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지 않는가였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비슷한 생각을 했던 나라 이야기했다.
"우리 나이가 벌써 이만큼이야. 물론 힘들어서 버틸 수 없기 때문에 도망가고 싶어하는 것이니까 이 상황에 대한 자기합리화가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겠지. 근데 열심히 살아 왔고 어느 정도 삶의 기준을 찾아서 정립해 나가고 있는 우리 나이의 사람들이 자기합리화를 하게끔 만드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 자체가 잘못 됐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것 같아. 때로는 버리는 것이 필요해. 때로는 중요하게 범위가 넓은 일을 하는 것이 보람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겪었던 능력부족이 아닐까라는 스트레스와 그로 인해 생기는 자기 비하, 연민, 그런 시절을 겪고 나니 가끔은 그런 상황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