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땅을 보며 걸었다.
내 발이 지면에 잘 닿아서 걷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가방은 저 호수에 던져버리고 중력으로 억지로 억지로 내려온 것 같았는데, 또 오센치 그 다음에 십센치 그 다음에 오십센치쯤 떠버린 기분이다.
친구에게 말했다.
난 엉망인데, 스스로를 그렇게 몰아갔다고.
이십대에는 그런 나를 만들었고 삼십대에는 키워나갔지만, 그래도 사십대가 되면 이 모든 정염이 꺼지고 차분해질 줄 알았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이제는 망가지는 방법을 너무 잘 알아, 그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 어렵다고.
사무실에 출근해서 점심도 먹지 않고 일을 했다.
사실 할 일이 없는데 바쁘고 싶어 만들어서 했다.
쉼없이 무엇인가를 하면 눌러지는 마음?
문득 위가 너무 쓰려져서 네시쯤 나왔다.
간단하게 요기를 할까하는 생각이었다가 찬 바람을 맞으며 땅위를 걸으니 식욕이 없어졌다.
사무실로 되돌아갔다.
위는 조만간에 고장이 나겠다.
무언가에 집중을 하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눈물이 나.
그랬던 날...
2022. 4. 29.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