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2일


오전 열시에 강남본사 도착한다. 평소 출근시간이 오후 세시인 나에게 오전 10시까지의 출근이라는 것은, 직장인의 그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원래 일찍 일어난다. 평소에도 오전 8시에는 일어난다. 긴 하루를 보내고 싶기에.
그러나 평소의 아침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나를 위해 아침을 먹고, 나를 위해 운동을 하고, 나를 위해 일본어 공부를 하는.
그러나 오늘의 아침은 일을 위한 아침이다.
 
아침에 보는 강남은 꽤 다르다. 영동대교 넘어서의 강남은 내가 놀기 위해서만 오던 곳.
그러나 오늘은 일을 위해 간다. 오전의 강남은 건전해보인다. 오전의 나도 건전해보이겠지.
 
곧 회의를 한다. 한 시간 반의 짧은 회의. 큰 그림을 봐서 무엇인가를 조율하는 일. 아직은 나에게 무리가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나도 더이상 어리지 않으므로, 그리고 언제까지나 나무만 볼 수는 없으니, 숲을 봐야하니, 흔쾌히 하겠다고 한다. 해놓고도 물론 어린애스럽게 징징대긴 한다.
 
회의가 끝나고 일산을 향해 간다.  동료의 차 뒤를 따라. 시간이 남아 같이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나와 직책이 같은 그 분.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에 있어서는 특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괴로움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매우 안도한다. 그래도 나보다는 성숙하다. 나보다 한 발 더 올라서서 그림을 그린다. 왠지 부러워진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항상 많은 것을 배운다. 배우면서 존경한다. 내가 깨달은 인생의 진리는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나마 누군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다는 것에, 그 이야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에, 그래서 감사해 한다는 것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득 생각이 난 것인데.  (0) 2009.11.20
아아아아아아아앙~~~~~~~~~~~~  (0) 2009.11.20
음.  (0) 2009.11.20
당분간  (0) 2009.11.20
나는  (0) 2009.11.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