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분위기의 책과 조우했다. 또 한장한장 읽어 나가는 것이 아쉬워 진다. 내가 읽을 부분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운 책, 정말 오랫만이다. 사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인용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젋은세대의 초상,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세상의 누구와도 거리를 두는 와타나베. 젋은이들은 더 이상 무엇에도 열정적이지 않고 쿨해지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내용의 글에서 인용됐던 기억이 난다. 친구에게 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어!라고 말하자, 친구는 와타나베가 자신의 이상형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친구는 그 책 읽으면 우울해질걸!이라고도 했다. 일본어를 잘하게 되어 일본어 그대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어깨의 힘을 빼면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그런 말은 해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알겠어? 만약 내가 지금 어깨 힘을 뺀다면 나는 산산조각이 나버린단 말이야. 난 옛날부터 이런 식으로만 살아왔고, 지금도 이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 한번 힘을 빼고 나면 다신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난 산산조각이 나서 -- 어딘가로 날려가버리고 말 거야."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모든 사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사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 -- 그것뿐이었다."

 

"'제대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과 열 수 없는 사람과의 차이 말이야. 당신은 마음을 열 수 있는 쪽이야. 정확하게 말해서 열려고 마음만 먹으면 열 수 있는 사람.' '열면 어떻게 되죠?' '회복되는 거야.'"

 

"가끔 저렇게 되거든. 흥분하고, 울고. 그래도 차라리 저런 상태는 나은 거야. 감정을 드러내 보이니까. 무서운 건 드러나지 않을 때거든. 그렇게 되면 감정이 몸속에 쌓이고 점점 굳어가는 거야. 온갖 감정이 뭉쳐 몸속에서 죽어가지. 그 지경이 되면 큰일이야."

 

"'때때로 체온이 그리워지거든요.' 하고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 따스한 살갗의 온기 같은 게 없으면 때때로 견딜 수 없이 외로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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