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아낸 책이다. 누군가에게 에쿠니 가오리의 이 책을 추천받았던 기억은 있었는데, 기억에서 한동안 멀어져있었나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선반에 꽂혀 있는 것을 봤을 순간에 아! 이 책! 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테디베어를 만드는 루리코와 외국계 기업에서 프로그램 설계를 하는 사토시는 결혼 3년차 부부다. 사랑인지 동질감인지, 아니면 그 구분이 의미가 없는 무엇인지로 서로에게 끌려 결혼을 했지만 어느 새 집착아닌 집착, 의리아닌 의리로 결혼생활이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그러다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다른 누군가가 생겨나고 그 누군가가 연인이 된다. 뭐 콩가루집안 이야기야...라고 넘겨버리면 딱 좋을 수준의 줄거리이지만, 그 상황이나 감정을 묘사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담담함이 사랑과 전쟁의 수준보다는 높군!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과 전쟁의 수준이 저급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감정 묘사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이다. 나와 여행을 같이 간 친구에게도 책을 빌려줬더니, 이혼 한 그녀, 나에게 하는 말이, 지킬 것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라는 것이 와닿는단다. 난 글쎄...라고 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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