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고 좀 쉬려고 하다가 대학생 대상으로 하는 토익캠프에 강사로 다녀왔다. 워낙 강사라는 직업이야 오랫동안 했던 일이고 토익은 뭐 쉬우니까 공기 좋은데서 힐링이나 하고 오자는 건방진 생각으로 갔었다. 게다가 나의 베프 쮸가 같이 가자고 살살 꼬시길래 1월은 너무 추워서 놀기도 힘든데 그냥 용돈이나 벌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정확히 4주 동안 진행 된 캠프. 나의 건방진 태도와 오만을 되돌아보게 해줬다. 

나의 나쁜 습관은 내가 무엇인가 잘 하게 되면 그 때부터 그 것을 깔보는 경향이다. 처음 강사가 되었을 때는 수업마다 긴장했었고, 작은 실수라도 했다치면 밤에 잠도 잘 수가 없었는데, 어느 정도 가르치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난 후부터는 가르치는 일에 대한 매력을 잃어버렸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어려서 그랬는지,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에서 보람을 찾은 것이 아니라, 잘 하는 강사라는 미션을 정해 놓고 그 것을 완수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미션이 완수됐다고 느끼자 마자 강사일을 접고 커리어 우먼이라는 또 다른 미션을 정하고 회사로 들어갔다. 가르치는 일에는 보람이 없고 나를 성장시켜주지 않아라는 건방진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회사일이라고 내가 과연 열심히 했던가? 절대적으로 사무실에 앉아 있던 시간은 많았다면 많았지만, 항상 발을 한 쪽에 걸쳐 놓고 진심을 다해 일하지는 않았다. 그 때 그 때 작은 미션을 정해 놓고 미션 컴플릿! 하는 순간 마음을 떼어 버렸다. 게다가 인간 관계에 대한 큰 실수를 저질러서 공과 사를 구분 하지 못했으니, 지금에서야 털어 놓지만 모자란 사람처럼 굴었다. 그리고 퇴사. 이런 저런 내 신변 및 주변에 다사다난 했던 12월. 그냥 12월은 정신이 나가서 지냈다. 나의 친한 친구조차 옆에 있는데도 옆에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영혼이 빠져 나간 사람같다고 했다. 휴식이 필요한 것인가 싶어 보라카이를 갔지만 있는 내내 화와 짜증으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아름답다던 화이트비치를 머릿 속에 넣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캠프를 간 첫 날. 학생들을 앞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냥 말이 술술 나왔다.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세 시간을 가르치는데, 매 수업 시간 동안은 머릿 속에 잡생각이 들지 않았다. 수업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와서도 피곤에 절어서 샤워만 한 후 바로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학생들은 놀라울 정도로 착하고 열심이었다. 학생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과연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주말에 근처의 백화점에 갔을 때는 화장품 매장에서 주말에만 근무한다는 한 학생도 보았다. 얼굴도 예쁘장 했던 여학생인데, 평일에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는 여러 시간 동안 고되게 서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내가 갖고 있던 짜증과 고민과 슬픔이 하찮게 여겨졌다. 마지막 날에는 학생들이 잘 가르쳐 줘서 고맙다며 케잌과 함께 선물을 주었다. 진정 감동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쑥스러워서 농담으로 넘겼다.

나 과연 이 어린 학생들의 반만큼이라도 치열하게 매 순간을 감사하며 나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모든 일에 열정을 다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조금 더 열심히 살자, 원하는 것을 하자, 나를 더 사랑하자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학생들에게 고맙다. 나 아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 순간이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 이 번 캠프는 정말로 나에게 힐링캠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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