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느님을 모시고 온 뒤로 당분간 안오겠다했던 제주. 다시 왔다. 그러나 이번엔 일 때문이니까라며, 관광은 1도 없어라며.
진심 지난주 폭주로 인한 광폭 행동을 또 반성하며 근검절약하며 살자고 결심중이다. 뭔가 돈이든 물건이든 심지어 감정마저도 과소비성향을 가진 것 아니냐 싶은거지. 뭐든 과하고 넘쳐서 스스로에게 질리는. 절제된 여백의 미를 갖자. 요근래 입에 달고 사는 미니멀리즘의 추구.
다시 제주. 일로 온거니까 저렴하게 해결해보자며 티켓은 아시아나로 숙박은 게스트 하우스 4인 1실의 침대 한 칸. 이렇게 하니 16만원. 나쁘지 않아라며 흡족해하고. 저렴한 티켓 사려고 목요일 점심 출발에 토요일 저녁 도착으로 했다.
또 어디서 돈 아껴볼까 머리 엄청 굴리던 중에 아침 차려주시는 유여사님께 입 안에 사탕같이 달콤하게 굴며 아무리 피곤해도 김장김치 가질러 토요일 저녁 늦게 가야 하나 일요일 새벽에 가야 하나라며 복선 깔고 울 엄마 안성가서 고생하네라며 너스레도 떨며. 남는 재료로 김밥 하나 싸주면 공항가서 먹으면 좋겠다라고 본방 날리고...
공항버스 타러가는 길에 대여한 책 5권을 들고 도서관에 들렸다. 그 중 다 읽은 세 권 반납하고 고민 한참 하다 캐리어 들고가니까라며 세 권을 다시 대여. 요새 구병모느님한테 사랑에 빠졌음. 질리게 되니 한 작가 소설을 몰아 읽지 않으려 생각은 하지만 이놈의 집착...
우리집에서 공항버스로 인천공항은 50분이면 간다. 근데 김포 공항은 왜, 어찌하여, 한 시간 삼십분이 걸리는걸까. 오랫만에 버스에서 떡실신해서 상관은 없지만 난 요새 베트남 필리핀 여행의 피로수준을 제주도에서 느끼게 된다.
발권하고 짐 붙이고 앉아서 김밥 우적 우적 먹고 같이 넣어주신 사과도 해치우고 공항검색대 통과하며 게이트로. 국내선도 보안이 강화 돼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아 제주도. 멀어. 멀어~
그리고 커피가 땡겨 따듯한 아메리카노 주문하며 옆에 있는 스콘까지. 돼지 붙으셨네 돼지 붙었어. 왜 이렇게 맛져. 배가 부른데도 꾸역꾸역 먹는 내가 난년일세~
살다살다 비행기 타며 멀미를 다 해봤다. 기장님하가 전날 술을 많이 드셨는지 주행 느낌이 진심 이상했음. 꼬불꼬불한 산길을 버스타고 올라간 느낌. 기류탓을 하기에는 난 제주도 너무 많이 오셨어... 어쨋든 도착하니 머리 껍질 벗겨버리겠다는 듯 비바람이 불고 있는 너 제주!
완전 좋아! 공항버스. 중문까지 4500원 밖에. 외국 다닐 때랑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우리 나라 교통비는 진심 최고. 리무진 버스는 아니어서 오랫만에 45인승 버스타봤다. 내 뒤에 앉은 사람들은 학술대회 온 사람들 같은데 그 중 여자 한 명 목소리가 용녀 캉수랑 너무 똑같아 그녀의 얼굴이 진심 궁금했다. 내릴 때 봐야지 했는데 정신 없이 내리느라 놓쳤네 아쉬워. 목소리에 심지어 말투까지 같았는데 도대체 얼굴은?
버스에서 내리니 햇빛이 잠깐~ 역시 제주는 날 반겨주지. 예전에도 그랬잖아. 가는 길에 비가 오더라도 목적지에서는 햇빛이 나를 반겼지. 제주 너 이러면 나 또 와... 자꾸 와...
숙소에다 짐 풀고 나와서 찾아간 중문수원이라는 식당. 흠... 개비추. 사장님은 친절하고 가게는 깔끔한데 음식이 별로. 만육천원이나 주고 전복전골 시켜 먹었는데 전복은 나쁘지 않았으나 안에 들어있던 나머지 해산물은 뭔가 줘도 안 먹어 삘. 반찬도 뭔가 이런 데서 저런 거 왜 줘 이런 느낌.
혼자 훅 빡쳐서 찍은 조개 사진. 안 싱싱하니 조갯살이 껍데기에 다 늘러 붙어서는...
소화를 위한 산책겸 공부할만한 커피숍을 찾아 헤매다 길이 예뻐 찍었다. 예쁜 제주. 한 번 쯤은 살아 보고 싶은 곳. 살겠다고 집도 구했었드랬다. 몇 년 전에. 그 때는 제주가 필요한 것보다 내가 서울을 피해야했다. 후회해봐야 무엇하나 싶지만 그 때 차라리 제주도에 내려왔었더라면 내가 그토록 끔찍해하는 2013년의 겨울은 없지 않았을까... 그 이후로 나는 여전히 나지만 오히려 조금 더 착해졌지만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픈 건 싫다.
여기서도 스타벅스여라. 눈에 꼭 띄네 아주. 살짝 내가 걸어 오던 길에서는 안 보이는 쪽에 있었는데 뭣에 이끌리듯 여기를 찾았네. 요새 내가 애정이 많이 식었지야? 니가 맛이 없어서 그런단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쇼트를 시켰단다.
이건 나름 요새 서울에서 보기 힘든거라 찍었다. 사람이 없는 스타벅스라. 일어나서 춤출까나... 나름 몇 시간 눈알 빠지게 공부했다. 역시 엉덩이가 커서 그런거 엉덩이 붙이고 진득하게 앉아서 외우는 걸 참 잘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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