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묵은 게스트 하우스의 무서운 점은 밤에 파티를 한다는 것. 나 까다로운 여자 아니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는 이상 편안함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새벽 두 시까지 술 취해서 왔다갔다 하는 언니야들과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오빠야들 진심 한 대 치고 싶었다... 나 십분 단위로 일어나 앉았다가 다시 누웠다가 그래도 언니야들이 미안하다 그러면 괜찮다고 명랑하게 말 해주고.
괴로움에 뒤척이다 나의 주말 알람시간인 다섯시에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m no longer young and beautiful~" 소리에 깼다. 밍기적 거려도 여섯시. 씻고 화장해도 여섯시 반. 심심해서 게스트하우스 카페테리아에서 토스트를 만들었다는. 저 거지같이 생긴 건 사실 따끈하게 붙여 낸 계란후라이이며 두 쪽의 빵 각 면에는 피넛버터와 딸기잼이 발라져 있다는 것. 그러나... 맛은... 없었다... 그런데도...다 먹었다...


분명 배 불렀는데, 근데 얼큰한 국물이 땡겼다. 전날 저녁에 먹은 기원 뚝배기에 또 가서 먹은 나는 돼지년? 내가 시킨 건 전복뚝배기. 만삼천원짜리 시켰는데 전날 만육천원 짜리보다 딱 세 배 괜찮음. 국물도 안 짜고 해산물 엄청 실하고 싱싱하고. 그리고 이 집 진심으로 사장님이 진정성 갖고 장사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도 맛인데 사장님이 아 저분 음식 갖고 장난 안 하시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들게 하신다. 고추장 게장도 또 챙겨줘서 밥도 거의 한 공기 다 먹은. 이건 사실 반성해야 할... 든든한 큰 언니같은. 게다가 귤 먹여 보내시겠다며 무공해 귤 따 주심!


무공해 귤은 이렇게 껍질이 안 예쁘다. 아무래도 판매용은 예뻐야 하니까 농약을 써야겠지. 쓱 까 먹은 귤의 맛은 정말 새콤달콤. 우리 빡쏘 먹여주고 싶어서 가방에 열 개 챙긴 건 안비밀 ㅋㅋ


오늘은 진심 열일만. 나 나름 한국업체들이 수출 많이 했으면 해서 열정 갖고 일했는데 몇몇 시큰둥한 서플라이어 쪽 직원들 보고 이래서 장사는 사장님이 손 걷고 뛰어야 하나 잠시 생각함. 사장님들이 미팅하러 나온 업체의 경우는 그 설명에 감동 받아 나도 제품을 샀다. 그러나 00 대기업에서 나온 직원은 성의가 없다 없다 본인들 회사 소개도 못하고 제품도 몰라 진심 혼쭐내고 싶었다. 내 주제에 같잖게... 그래도 이왕 하는 일이면 열심히 하는게 맞다고 난 생각한다.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위하여. 세상 꽁으로 생긴 돈이 가장 무섭다는 것 알아야 한다. 순실님하 너님!


근데 내가 담당한 쪽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 비행기타기까지 어설프게 시간이 남았고 "이때다 싶다!" 난 얼른 옷 같아 입고 내달렸다. 아침부터 너무 쳐드시어, 쉼표 찍어야 한다, 몸이 무거우니까~ 제주도의 따뜻한 날씨 때문에 삼키로 뛰고 기절하실 뻔. 그래도 양심상 바로 이어서 런지 했다. 150개. 허벅지 뻣뻣함만 유지한 수준. 야외에서 운동하니 좋기는 한데 피부가 다시 어두워짐. 21호 컴백하나 했는데 도로 23호.  다음주부터 피부관리도 시작하고 다시 트라이애슬릿 모드. 내년부터 아이언맨 되어야 하니까~


달리는 길 풍경이 이래. 나 제주도 와서 살았음 좋겠다.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이 풍경을 배경으로 수영하고 자전거타고 달리고. 베트남 가서 살고 싶기도 하다. 무작정 가서 할 일 찾아볼까? 바이어가 그랬다. 하고 싶은데 but을 달게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나부터도 잘 알고 있는 말이며 누군가 but을 말끝에 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부터 그러고 있네라며 반성하는 중이다.


여행 아닌 여행을 마무리하며 또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발견하는 기분 좋은 경험. 스스로가 믿을만한 강직한 사람인데, 나는 왜 그렇게 불안해 하고 자신을 불신할까.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말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며. 힘내라~라고 나를 다시 한 번 다독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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