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다. 한창 자기계발서 읽고 더 나아진 혹은 성공한 자신을 꿈꿔야 할 나이에 그저 소설만 읽었다. 대체적으로 여성 작가의 소설들. 내면을 계속 탐구하고 자아를 찾고자 하고 삶의 불편을 감수하고 다른 것을 해보고자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들. 깊이 빠져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냥 그렇게 깊게 깊게 동화되었다. 결혼을 해본 적도 없는 주제에, 장기적인 이렇다 할 연애를 해보기 전에 이미 남편의 바람으로 정신이 나가버린 여인네의 아픔을 느껴버렸다고 해야 하나. 한국이라는 좁은 나라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에 둘러 쌓여 결핍된 다양한 인간상에 대한 노출을 소설을 통해서 했다고 해야 하나. 이야기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는 비록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도 상황의 저 쪽 끝에 있는, 보통은 만나기 힘든 인물상이라는 것을 몰랐다. 내가 서른 언저리가 되면 어떻게 변할 거고 마흔 언저리가 되면 어떻게 될거다를 막연히 정해버렸는데, 그게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었던 듯 하다. 그 이후로 쭉 그랬다. 쉬운 길을 알아도 쉬운 연애를 알아도 그저 돌기만. 타인의 평가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올바르지 않은 것을 깨달은 연인에게는 더 집착했고 남들은 어렵게 어렵게 결정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빠르게 결단을 내려버리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괴롭혔다. 나는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디 한적한 국도 옆길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며 우연히 그 곳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야지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연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평범한 환경에서 자라나 사연을 만들기 어려워 스스로를 그런 사연이 있는 사람이 되는 방향으로 몰아갔다. 

그냥 문득 가만히 앉아있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오늘의 내가 싫은 것은 아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오늘의 나도 자랑스럽고 사랑한다. 그냥 그렇더라. 내가 이런 길을 스스로 선택했구나 하는 것. 결국 나의 모든 것은 내가 순간 순간 내린 선택의 결과라는 것. 그 선택을 하는 방향성이 조금 달랐구나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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