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클이 나오는 캠핑클럽을 봤다. 이효리를 워낙 좋아해서 효리언니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가 내가 정말 멤버와 나이까지 동일한 핑클세대라서 묘한 보는 내내 묘한 기분이었다. 예전의 이야기들에 공감하면서 웃다가도 아 내 나이... 이런 생각도 들고. 어떠했던 사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건가 싶지만 결국 그렇게 멀어진 사이는 회복은 안된다는 것. 멀어져 있으니 화가 덜 나는 것일뿐? 괜히 마음이 그랬는지, 멤버들의 대화를 보면서 혹은 누가 우는 것을 보면서 눈물도 많이 났다. 역시 "공감"이라는 코드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비슷한 나이대에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물론 살아 온 세상은 무척이나 다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은 비슷하다고나 할까. 일이나 사람을 대하는 자세라던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대응하는 메카니즘이라던가.
회사에서 생긴 일 때문에 이래저래 생각이 참 많아졌다. 아직 한국 가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해서 왠만하면 조금 더 다녀보자 하는 생각이 컸었는데, 단 하나의 사건 혹은 웃지 못할 해프닝 때문에 뭔가 머릿 속이 엄청 복잡해졌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계속 해봤는데, 그냥 어쩔 수 없다. 사람 고쳐서 쓰는 것 아니라니까. 나의 예민함이란 이제 고쳐지지 않는 것이니까. 나는 방어기제가 강한 사람이라 기대를 되도록 하지 않는다. 그런 나를 실망시키는 것도 대단하다 싶은 것이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엄청 짧게 머리를 잘라 버렸다. 내가 생각한 결론이라는 것 아직도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가서 무엇이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겠어서. 내 마음인데 이렇게 모르겠는 것도 이상하고. 항상 정해진 것은 없다 그 때 그 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일본에 온 선택에 대하여 혹시 후회가 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년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내 인생의 일부를 여기서 보냈으니까. 내 선택에는 내가 책임져라는 나의 뻔뻔함이 조금씩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 같아 자신이 초라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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