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호르몬 약을 끊어서가 하나의 이유일 것 같다. 이 미칠것 같은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은. 호르몬 약을 먹은 지난 3-4개월 정도 평안했다. 그냥 삶이 만족스러운 것 같고, 이대로 이렇게 흘러가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고. 두근거림이 시작되면 모든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나를 고립시키고 싶어진다. 두근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고 싶어진다. 나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는 방법인 것 마냥. 그리고 도망갈 핑계를 위해서. 

 

처분: 많이 많이 잘 버리고 있다. 오래된 옷, 가방, 신발이라던가,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이라던가.대충 이삼년이 지난 것 같은 쓰지 않고 있는 화장품들. 점점 저장공간의 여유가 늘어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를 위해서인지 새 것을 다시 채워넣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는 복잡한 내 마음.

 

식단: 요새 마켓컬리에 빠졌다. 재택할 때 모든 식사를 마켓컬리로 해결하는 중. 샐러드, 다이어트용 도시락, 훈제오리, 쌀국수, 다양하면서도 맛있어서 좋다. 정말 혼자사는 사람을 위해서는 최고일 듯. 양배추 한통을 사서 그냥 버린 이후로 더 이상 요리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말: 회사에서 나는 많은 말을 해야 한다. 바보로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말을 해야 한다. 때로는 한국말로, 때로는 영어로. 모국어가 한국어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은 아니다. 당연히 영어는 어렵고. 가끔 이 말을 그럴듯하게 영어로 해야지라고 머릿 속에서 생각하다가 말할 기회를 놓쳐버리고는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내가 말만 시작하면 하품을 하는 시니어를 보는 것도 불쾌하다. 유창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고 싶다. 바보같이 보이는 것이 제일 질색. 사실 그래서 말을 줄이는 연습을 하며 살았는데, 그게 지금은 약간 독이 되고 있는 듯도 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일단 말을 하고 보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다 보니 말하지 않고 컨텍스트로 이해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일 듯 하다. 그러니 매 번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되어 가는지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꽤 논리적으로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를 다시 정기구독한다. 논리적 사고 능력이 부족해서. 기사를 요약하고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국어와 영어 공부가 다 되지 않을까해서. 

 

화상: 이번해에 들어 두번째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다. 둘다 음식 관련해서. 한번은 뜨거운 냄비에 손목이 닿은 채로 가만있어서 그랬고 두번째는 식당에서 쇠로 된 반찬그릇이 화기에 가까이 있어 뜨거워진 줄 모르고 손가락 두 개로 들어 올려서 그랬다. 두 번 다의 문제는 내가 뜨거운 것에 닿거나 그것을 잡았을 때 그를 인지하기 까지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것이다. 둔한가? 그래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나. 전에 자주 있던 일은 아닌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것인가? 손목의 흉터는 없애지 못할 것 같고 손가락은 두고 봐야 하지만 지문이 없어질 것 같다. 

 

소개팅: 알면서도 또 했다. 이번엔 운동하는 사람. 삶이 단순했다. 인생의 경험이라는 것이 하나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좋겠다 싶었다. 하나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만 보고, 그 하나만 목적이 되고 목표가 되고. 꿈이 되고. 존경해. 그러나 흔히 인생이 단순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기의 삶이 기준이 되어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신이 하지 않는 것들은 쓸데 없는 것들, 시간 낭비 하는 것들. 운동이 모든 문제의 답이다. 나랑 안 맞는 것... 나쁘지 않아 다름이야. 그냥 조금은 삶이 더 복잡하다는 것, 그 복잡함을 이해하려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은밀한 즐거움. 하나의 문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과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시각의 학습으로 내면이 윤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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