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러고 싶지 않은데 또 일에 종종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신경쓰이고 잘 안될 때 잠도 안 오고 잘 되면 다음 것을 걱정하고. 또 시작이다. 어려서야 일 욕심 많아서 그랬다지만 이제 와서 왜 또 그러고 있니. 바로 몸이 고장나기 시작한다. 쿨한 척 제주도 내려와서 원룸에 처박혀 일만 하고 있는 나란 인간. 원 스텝 어헤드로 생각한다고 머릿 속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를 하루 종일 생각한다. 이번 주말은 쉴 수 있을까. 근데 그래도 제주도라 쉼에 대한 갈망이 엄청 높은 건 아니다. 일 하는 것도 사실 재미있기는 해. 오랜만에 바쁘게 뭔가 하니까 살아 있다는 느낌도 들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읽는 것도 재밌고. 다만 일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일 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게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무섭게 나를 질책하게 되니. 다른 목적을 찾아보고 싶다.
종종 듣는 무서운 이야기. 여기에서의 매니저라면 인화를 꿈꾸는 사람은 안된다고 했다. 철저하게 팀원들에게 퍼포먼스를 요구해야 하고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뭐 나도 인화주의자는 아니야. 그래도 명백한 태만이 이유가 아닌 경우에는 퍼포먼스가 낮다고 그 부분을 지적하는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할 뿐인 것이고 즐거운 환경에서 퍼포먼스를 내는 분위기를 추구하고 싶은 것. 내가 참 인자하고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성과가 안 좋은 사람을 쓰레기에 비유하며 내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냉정한 모습이 참 싫었고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인 것 아는데 여기에서 바뀐 것이니 내가 그렇게 되어야 하는것인가 걱정이 살짝 되기도 했다. 그냥 이 회사에 있을 때까지는 우리 팀을 위한 최선을 다해볼까 그런 생각이다. 아직 어리고 반짝반짝들 한 사람들이니. 편들어 주겠다거나 잘못을 감싸주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런 것 따위 직장 생활에서 전혀 도움 안되는 것. 다만 마음이 힘들지 않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볼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데이타로 개선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 그런 노력. 그래도 딱딱하지 않게 언니누나처럼 격려도 해주고 뭐 그런 것. 결혼 안 해 자식 없어 내보이지 못하는 애정을 조금 줘 보겠다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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