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 누구에게나 있는 것, 과거. 다만 어떤 과거가 있느냐의 문제. 친구 A와 B가 있다. 친구 A는 어릴 때부터 털털한 성격으로 동성은 물론 이성에게도 쉽게 친구로 다가갔다. 그래서 여자 친구들의 연인들과도 쉽게 친구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A는 이들과 친구로만 남지는 않았다는 것이 문제. 왜 B의 이야기를 같이 꺼냈냐하면, 바로 B의 연인들과 A가 "과거"라고 불릴 사건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만 두 번. A는, B와 소위 베스트프렌드였음에도 불구하고, B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을 그리 열심히 숨기지 않았고, 간혹은 자랑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많은 세월이 지나 기억 저편에 있기는 했지만 나는 A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 A와 B는 이제 부모가 된 어른들이다. 동갑내기 친구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에 대해서는 난 항상 나와 다른 "어른"을 적용시킨다. 어른스럽게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 일상의 소소함 혹은 지나간 일들에는 쿨해졌을 것이라는 기대. 오랜만에 B와 시간을 보냈다. 두서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오래된 사이이니 예전 이야기부터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들. 논리적 연관성 없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렇게. 갑자기 B가 자신의 과거 연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덧붙인 말은 자신의 친한 친구과 과거 남친의 관계를 안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지 떠보는 것은 아닌 듯 했다. B가 둔해서 눈치 못 채기를 원했지만 내 눈이 갑자기 떨렸다. 성급함은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화제를 바꿨다. B의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다. A의 털털한 성격과 나에 대한 배려와 애정으로 난 사실 A를 좋아한다. 어쩌면 B보다 훨씬 많이. A는 베스트프렌드의 언저리에 있는 친구. 그런데 이번에 A의 불순함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아는 성격 좋은 털털한, 사람 좋아하는 A는 어쩌면 그냥 뻔뻔한 사기꾼이라는 것. 아니 이었다는 것. 그 아이가 반은 장난으로 했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이십대일 때는 나도 몰랐다.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그만이었으니. 다만 지금은 내가 하는 행동, 벌여 놓은 사건들의 여파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 남한테 잘 하자가 아니다. 피해를 주지 말자가 포인트이다. 간혹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친구들. 그래 사랑이야. 옳지 않아도 사랑일수도 있다는 것은 알아. 근데 그러면 다른 사람은. 그 유부남의 아내는? 혹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들은? 그래서 내가 피하려는 것이고 남을 말리는 것이다.
과거2 - 전직장 동료를 만났다. 같이 근무할 당시 외모는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영민하고 유머감각 있어 사귀면 어떨까 싶기는 했다. 그래서 데이트같지 않은 데이트 몇 번 했었고. 당시에 두뇌로 느끼는 호감도가 매우 높았음에도 피지컬 어트랙션이 전혀 없었다. 술을 잔뜩 마시고도 손조차 잡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잘 안됐다. 그런데 이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와 내가 기억하는 과거가 달랐다. 왜일까. 난 만날거면 이런 사람을 만나야지 하는데도 몸이 동하지 않아 괴로웠는데. 다만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면전에 대고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온갖 이상한 핑계를 대고는 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한국 남자들은 편한 뇌를 갖고 있다. 멍청이들. 다시 잘 해보자 하여 정말 잘 드는 칼로 무 자르듯이 제대로 노라고 대답했다. 나의 애매한 답변을 다르게 해석할 것 같아서 그랬다. 이렇게 또 친구 하나 잃었구나!
과로 - 요근래 엄청나게 일을 해대고 있다. 아침마다 왜 안되는지 보고하며 욕 먹어가며 회사 다닌 이래로 제일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중. 삼주정도 되었다. 디데이가 내일이라 내일까지만 버티면 되겠지라며 이어나간다. 그래도 지친다. 더 하라 그러면 소리 지를 듯도 하다. 그래도 하겠지. 그냥 나의 동료들에게 내가 뱉어 놓은 이야기가 있어 열심히 했다. 간혹 퍼포먼스가 잘 안 나오는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 “마음 힘들고 도망가고 싶은 것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같은 상황일 때 누구보다 그랬으니까. 그래도 버티고 나아가면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진다고.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이겨보자고.” 일요일인 어제 밤에 마음이 쫄려 늦게까지 일을 하고는 오늘 점심 먹고 낮잠을 삼십분 정도 잤다. 그 낮잠 속에서도 나는 일을 했다. 괜찮은거겠지. 내가 하는 일은 인풋이 있다고 이웃풋이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일뿐 스마트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침마다 욕을 쳐드시니 미련하게 붙잡고 있게 된다. 근데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중에 미려한 퍼포먼스가 나오다보니 그 짓을 삼주째 반복하고 스스로 지쳐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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