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마음이 힘들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사실 스스로는 문제가 뭔지 알던 것 같아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을까해서 였는데, 상담은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혹은 생각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상담에서 밝혀진 나의 문제는 내가 겉으로 보여지고 싶은 모습의 프레임을 세운 다움 거기에 나를 맞추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에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것이다. 나는 왜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에 대한 탐문. 나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냐라는 질문. 예스였다. 사실 유치하고 창피한 모습까지 보일 수 있는 언니가 있고, 나의 베프들은 들어줄 뿐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난 이야기 할 수 있다. 나를 덜 꾸미고. 있는 그대로.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적당히 보여주고 싶은 정도만. 그리고 나누고 싶지 않으니까 오히려 들으려고 하는지도. 그러면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겉으로 보여지는 내가 중요했을까가 또 다른 질문인데,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상담 중에 중학교 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고 같은 중학교에 가게 된 친구와 초반에는 그럭저럭 잘 지냈던 것 같다. 그 아이는 소위 말하는 일진이 되었고 난 그냥 그 아이의 친구였다. 우리 초등학교 6학년때쯤 진짜 사랑은 아니고 데이트가 유행을 했다. 그래서 서로 풋풋하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가 되는 그런 것들. 나도 당연히 그런 남자 아이가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정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을 뿐. 각자 다른 중학교를 가서 얼굴조차 별로 볼 기회가 없었다. 그 남자아이는 싸움을 잘해서 다른 학교 짱이 됐고 이상하게 그 중학교와 내가 다니던 중학교의 남자아이들이 사이가 안 좋아 종종 싸움이 벌어졌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때부터 2학년 초 나는 아무 이유 없이 학교에서 핫한 인물이 되었다.

중학교 2학년 초반의 어느 날 초등학교때부터 친했던 그 친구가 동네 놀이터로 나를 불렀다. 거기에는 꽤 많은 숫자의 여자애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미 얼굴을 아는 같은 학년의 여자애들과 얼굴을 모르는, 아마도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이었던 것 같은 여자애들. 그 애들은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고, 친구부터 시작해서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길 시작했다. 욕의 내용은 남자애들에게 꼬리나 치고 다니는 여자라는 것. 얼굴조차 보지 않고 지내는 남자친구 아닌 남자친구만 믿고 무서울 것이 없이 지낸다는 것. 온갖 상스러운 욕들과 함께 그런 이야기를 계속 했던 것 같다.

근데 그 때 나에게 너무 신기한 일이 생겨났다. 그 아이가 열심히 나에게 욕을 하던 중에 갑자기 내 정신이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나의 몸은 그 여자아이들 한가운데 서 있었지만 더 이상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20-30여분 지났을까.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내 정신은 다시 돌아왔고, 육체적으로 맞거나 한 건 아니었는데도 그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죽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죽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었다. 약국에 가서 엄마가 시켰다고 약사에게 거짓말을 하여 수면제 한 박스를 사왔고 고작 20알 남짓 들어있는 그 약들을 한 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이상한 환각증상 같은 것이 생겼고 어쨌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엄마를 찾아갔다. 엄마에게 약을 털어 넣은 사실을 말했더니 엄마는 얼마나 먹었는지 물었고 집에 가서 그냥 자라고 했다. 

그리고 이틀 학교를 결석하고 그렇게 없던 일이 되었다. 나에게는 부모님과 언니가 있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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