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은 단순했다.
집에 혼자 누워있다가 내 자신이 왠지 찌질해서 운동이나 하자 싶었다.
게다가 마라톤도 나간다고 여기저기 큰 소리 쳐놔서 기초 체력도 키워야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등산바지와 등산화를 챙겨신고 주머니에 핸드폰과 현금 4천원, 그리고 신용카드를 챙겨 나갔다.
집 앞 슈퍼에서 500원을 주고 생수를 사고 09번 마을 버스를 타고 룰루랄라 도봉산역으로 향했다.

도봉산 역에서 도봉산 탐방로로 슬슬 걸어가는데, 요새 계곡이 출입금지라 물이 너무 깨끗해 사진을 한 방 찍었다.

도봉 대피소에서의 인증샷. 사실 여기서부터 나의 계획은 가는데까지 가보고 힘들때 내려오자였다.
길은 자운봉가는 길을 따라서이다.

여기쯤부터 힘들었다.
도봉산은 은근히 난코스가 많다.
비까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등산객들은 어찌나 마음씨가 좋은지 비를 쫄쫄 맞으며 걷는 나에게 비옷을 빌려주겠다거나 우산을 빌려주겠다거나 했다.
다만 난 비 맞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괜찮다고 고사하며 걷는데 한 아저씨가 기어이 나에게 우산을 주셨다.
그러면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셔서, "저 자운봉길 따라 걸어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저씨는 잘 못 들으셨는지, "그래 그럼 자운봉에서 운산 줘~"라고 하시고는 앞으로 성큼성큼 올라가더니 사라지셨다.
이런~ 우산 때문에 자운봉까지 올라가야 하다니...

장갑조차 끼지 않은 나였는데, 한 손에 우산들고, 물병은 바지 사이에 끼고, 맨손으로 줄을 잡고 자운봉까지 기어이 올라갔다. 요 앞에 콜롬비아 써 있는 가방 맨 아저씨가 우산 빌려주신 친절한 아저씨...
그래도 꼭대기에 서니 기분은 좋았다.
바람도 솔솔 불고. 그러나 날이 흐려서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다.

원래 저 밑에풍경이 있어야 하는데,
하긴 그래봐야 서울이라 아파트 단지가 보일 뿐이긴 하다.


사실 정확히는 자운봉은 아니다 신선봉인가..
자운봉은 절벽등반을 해야 올라갈 수 잇는 곳이다.
한 번 배워볼까나 절벽등반.
체육소녀!!!

내려오는 길에 길을 잘 못들어 얼떨결에 간 마당바위.
어렸을 때 아빠와 주말에 꽤 자주왔었는데.
그 때는 여기서 오뎅을 팔았다.
힘들게 올라와서 먹는 오뎅은 정말 꿀 맛이었는데,
요새 더 이상 오뎅을 팔지 않는건지, 이 날만 비가와서 팔지 않았던 건지 오뎅야는 없었다.

내려오다가 들어간 천축사.
불상이 저렇게 늘어서 있었다. 자주 보는 불상이었지만 저렇게 나열 되어 있으니 나름 멋있다.

집에 가는 길에 사간 족발.
중이 15000원 이길래 하나 포장해달라고 했더니 포장은 할인 된다고 3000원 깎아줬다.
그러나 문제는 진정 맛이 없었다는 것.
그냥 돼지 껍데기나 사다 먹을걸.
요새 콜라겐 바람이 불어 닭발, 돼지껍데기, 족발 마구마구 사랑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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