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의 재미 끝에 구매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두 번째 소설이다. 잘 쓰여진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불편함이 느껴진다. 내가 선입관을 갖고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남자 작가의 소설에서 묘사되는 "여자"라는 대상이 불편하다. 그리고 간혹 들어나는 잔인성이 소름 돋게 싫기도 하다. 아침부터 잔인한 장면을 읽어서 그런지 하루 내내 머리가 아팠다.
단 두권의 분량이었는데,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문장도 촘촘하고 일본어가 원작이라 그런지 번역체도 이상하지 않아 문장을 꼼꼼히 읽었다.  환상과 현실의 묘한 교차, 여러 화자의 등장. 은유가 많아 여러 번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여성 작가들의 책을 읽고나면 감정이입 후 내용과 동화가 되어 삶을 생각해보게 되었으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 그 자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숲 속에서 길을 잃는 일은 없을 거라고 너는 생각할지도 몰라. 그렇지만 일단 길을 잃으면 숲은 한없이 깊어지는 법이거든."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에서 시작된다. 그 말을 예이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In dreams begin the responsibilities. 그 말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이 없는 곳에는 책임은 발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인생에는  되돌아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 그리고 훨씬 적기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한계점도 있지. 그런 한계점에 이르면 좋든 나쁘든 간에 우리는 그저 잠자코 그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거야."

"사랑이라는 것은 세계를 다시 세워가는 일이니까, 사랑이란 어떤 일이든지 일어나게할 수도 있어."

"그래, 맞아.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 거야. 사물이 계속 훼손되고, 마음이 계속 변하고, 시간이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계에서."

"나는 고독했어. 외톨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척 고독했어. 왜냐하면 내가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때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나는 시간의 흐름이 없는 장소로 들어가고 싶었던 거야."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게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거지. 당연한 일이야."

"그녀는 시동을 걸었다가 멈추고, 무언가 생각하듯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시동을 걸고 주차장에서 빠져나간다. 시동을 멈추었다가 다시 걸 때까지의 공백이 너를 몹시 슬프게 만든다. 그 공백이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안개처럼 네 마음속에서 스며든다. 오랫동안 그것은 네 마음에 머물러 있다. 이윽고 너의 일부가 된다."

"사에키씨는 가능하면 여러 가지 일을 모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거든. 모르면 숨길 필요가 없게 되고, 그만큼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이분은 상냥하게 우리 얼굴을 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즉 우리를 보면서 동시에 다른 것을 보고 있다. 이분은 설명을 하면서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는 나무랄 데 없이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질문을 하면 알기 쉽게 대답도 해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도서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그런 실제적인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을, 어떤 면에서는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마음이 도서관에서 떠나 있을 뿐이다."

"아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고 말이야. 네 말을 믿고 싶어. 하지만 정말로 그랬더라도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왜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이, 그 누군가를 깊이 상처 입히는 것과 같아야 하는지를 말이야. 즉 만일 그렇다면,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것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만 하는 거냐구?"

"말로 설명해보았자 그 곳에 있는 것을 올바로 전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못 한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이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청소를 하거나 공기를 바꿔 넣거나, 꽃의 물을 바꿔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 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

"비중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온다. 너는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동한다. 설사 세계의 맨 끝까지 간다고 해도, 너는 그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역시 세계의 맨 끝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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