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의 나의 불안함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 정말 우울했던 어젯밤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무엇을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자꾸 남에게 보이는 내가 어떤 존재인가에 신경을 쓰고 그로 인해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다. 너무 우울해서 식욕조차 생기지 않는 드문 일을 겪었다. 보통의 나는 stress eater니까.
한국을 돌아가고 싶은데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많으니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내가 다시 어떤 사람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니 자꾸 우울해지는 것 같다. 가족들과 친구가 너무 필요하고 보고 싶고, 모국어로 서로의 감정을 소통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으니 한국에 가는 것이 맞는데. 한국에 가면 다시 일해야 하고 일을 하면 또 사람들에 치여야 하고, 그렇다고 덜 치이고자 편한 일을 택하면 일 하는 것 같지 않고, 내 안의 모순이기도 하지만.
그리 열심히는 일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아무것도 없이 일본 와서 초반에 심적으로 고생이 조금 있었다. 일도 그렇고 사람 사귐도 그렇고, 하다못해 일상의 생활도 그랬고. 시간이 지나 그런 부분이 안정되나 보니 뭔가 아까운 것을 여기에 남겨두고 가는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들기도 한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새벽 세 시까지 잠을 못 잤다. 바로 글을 써볼까 하다가 우울한 글만 나올 것 같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을 했다. 일종의 명상이랄까. 초반에는 그냥 우울했다. 멀지 않은 타국이지만, 혼자서 덩그러니 가구도 없이 넓은 집에 앉아 왜 이러고 사나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이렇게 재미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왜 어려움을 이겨나가며 살아나가야 하는 것일까, 왜 나는 삶의 목표가 없을까, 왜 나는 의존을 하지도 의존을 받지도 못할까, 그러다 문득, 왜 나는 남을 신경 쓰고 나는 신경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나만 괜찮으면 무엇이든 상관이 없는 것인데, 왜 다른 사람이 보는 나를 신경쓰느라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 나에게 집중하며 주변의 잡음을 차단시켜버리자라는 생각. 까짓거 한 번 사는 인생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나만을 사랑하며 보내자라는 생각.
사소하게는 다이어트 조차도 남이 보는 내 몸을 위해 하지 말고 나의 건강을 위해, 삶의 방향도 나의 행복을 위한 방향으로 설정하자라는 생각. 마음의 감기는 앓을 수 있다. 마음의 감기를 앓는 내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괴로워 죽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죽지 않잖아, 누군가 미워 괴롭히고 싶을 때가 있는 거지 괴롭히지 않잖아. 나를 더 예뻐하자, 더 사랑하자. 나를 중심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