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큰 소리 친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택배가 오지 않고 있다. 기특하다. 세탁하기 귀찮아서 혹은 떨어진 단추 다시 달기 귀찮아서 모른 척 하고 있던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있다. 몇년전부터 사모은 채 입지 않고 있는 옷들을 보자니 난 확실히 마르고 키큰 애들이 입어야 예쁜 옷들을 참 좋아하고 있었다. 나같이 키 작은 통통녀가 입어서 예쁠 옷들이 있을텐데. 그런 옷들은 성에 안 차니 살빼겠다고 이 고생이겠지. 그래도 살은 계속 열심히 빼고 있다. 먹는 양을 줄였더니 살 빠지는 효과보다 매일매일 몸이 가벼워서 좋다. 

토요일엔 일본에서 자전거가 온 기념으로 햇빛 쨍쨍한 오후 세시에 조카와 둘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여 언니 사무실이 있는 동대문까지 갔다. 편도 20키로. 이 아이는 반쯤 넋이 나가 언니가 차로 싣어서 오고 나는 다시 열심히 페달질 하여 집에 왔다. 요새 운동을 안 했더라도 사실 왕복 40키로는 그렇게 힘든 여정은 아닌데, 너무 더울 때 자전거를 탔나보다. 게다가 조카가 아직 어린 것을 감안하지 못하고 시작한 터라 자전거 도로라도 온 신경이 곤두서서 탔는지 무척 피곤해졌다. 좋아하는 와우도 때려치고 주말내내 곯곯. 그래도 공짜로 곯곯댈 수는 없다 싶어 아침 8시부터 언니네 집에 가서 나 책임지라고 티내면서 곯곯하며 삼시세끼 얻어 먹고 온 나란 빈대같은 여자.

사무실 동료가 일요일 낮에 이메일을 탁 쓰더니 월요일 아침까지 일을 해서 내놓으라고 연락이 왔다. 어려운 일 아니어서 사실 해주면 되는데 시키는 태도나 방법이 머뜩찮아 한참 실갱이를 해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사실 일은 해야하는 거니까 시간이나 이런 부분은 기분은 나쁘지만 크게 상관 없다. 회사 다니다보면 마음처럼 쿨하게 일하기가 쉽지는 않으니. 그러나 그 태도나 방법이 맞지 않으면 화가 난다. 좀 영리하게 일하면 안되겠니?이래 놓고 월요일 꼭두새벽같이 와서 일을 한 나란 여자도 참. 원래 출근시간전에 일이 끝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거지. 이럴 줄 알았나? 미리 어느 정도 일을 대비해놨더라, 스스로도 왜 이걸 할까 생각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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