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불만족스럽다고 생각이 될때마다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여행을 하기도 하고, 나라를 바꿔 살아보기도 했다. 지금은 게임을 한다. 가장한 한심한 형태의 도피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남는 것은 어깨와 눈의 피로 밖에 없다는 생각. 게다가 중독까지 되어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는 것이 눈에 보이니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별로 없는 '운'이라는게 게임에서는 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지금 하는 일이 불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냥 매니저라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지 모르겠을 뿐이다.  서른 초반에 교육 회사를 다닐때, 어린 나이에 승진이 빨랐다. 나는 차장인데 팀에 사원이나 대리, 과장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게다가 당시에는 몰랐지만 팀장이던 이사와 염문까지 있었던 듯해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듯 하다. 그냥 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인정 받고 싶어, 일이 생기면 무작정 밀어붙이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이 많은 팀원의 생각을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느 시점에서는 스스로 지쳐버려 나를 도와주려던 팀장의 말도 들리지 않았고, 팀원들의 배려도 몰랐다. 한 순간 폭주가 극에 달해 대표 회의 자리에서 약간의 자극에 발끈해서는 직급과 나이에 맞지 않게 폭발해 버리고는 그렇게 회사 생활을 정리해버렸다. 그리고 다짐했었다. 다시는 일반적인 "회사"에 다니지 않겠다고. 나는 그런 성격이 되지 못한다고. 그러나 스스로도 그런 성격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는 지금도 내리지 못하겠다.

지금은 회사원으로서의 나에게 기대치가 크지 않아서인지 크게 화나는 일은 없다. 다만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을 독려하며 이끌어나간다는 것이 스스로 우습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다만 어릴 때보다는 조금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생겼다고 해야할까. 여전히 직설적이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최소한 불공평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냥 나이와 경력이 많은 직장 선배로 후배를 대한다고 해야 하나.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며 꼰대짓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취하고픈 노선은 그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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