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떼어 놓기 - 일을 한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회사에서 일을 한다. 프리랜서로도 일을 해보았지만 수입의 들락이 보이지 않는 심적 부담으로 느껴졌었고, 새로이 삶을 시작할 때 소속이 주던 안정감이 좋다고 느꼈기에 한국에 와서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중간 중간 유튜브를 본다거나 재택 때는 점심 시간 중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간혹 '딴짓"이라는 것을 하지만 일은 비교적 열심히 억지로라도 텐션을 높여서 한다. work ethic은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다고 방만해지기 보다 나를 놓지 않고 매일매일 지켜나갔을 때 결국 나에게 보상이 온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그렇다고 야근을 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정해진 시간 내에 철저하게 집중해서 일하자가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마음은 다하지 않는다. 마음을 다하게 되면 실망이 커지기 때문이랄까. 지금 다니는 회사, 인화를 중요시 하는 회사는 아니어서 마음을 케어받고 싶어하는 순간 괴로워지는 곳 같다. 마음을 케어받지 못한다고 슬퍼하면서 계속 다니는 이들이 슬슬 괴물이 되어가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나부터도 인화를 중요시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항시 변하는 것이어서 인정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보답으로 올 때도 그러나 독으로 올때도 있기에, 애시당초 약일지 독일지 모르는 샷을 던지기 보다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인으로서의 나의 결심. 그렇게 마음을 한 발자국 떼어 놓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지라는 것에는 아직은 의심은 없다.

괴물들 - 코비드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일까 원래 이상했던 사람들을 내가 보고 만나고 있는 것일까. 실체를 알 수도 없는 존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가 얼마나 미우면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비난을 할까. 인스타에서 스타일이 좋은 미용인을 팔로우하는 중인데, 그녀가 어느 날 악플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사생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그리고 여성성에 대한 비하. 그리고 그녀가 덧붙인 글에는 미용실에 자주 선물을 사들고 오는 손님이 그 악플러 중 하나라서 더욱 절망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그 것은 뭘까? 그러는 그 마음은 얼마나 아픈 것일까. 익명성의 무서움. 익명성을 보장 받는 순간 사람들은 거칠어진다. 

그래도 세상은 밝아 - 어제, 일요일에 미친 이모인 나는 9살 조카를 꼬셔 미용인 놀이를 했다. 어깨까지 오는 긴단발의 머리를 귀밑으로 싹둑 잘랐다. 처음이 아니기에 자신이 있었는데, 파마한 머리를 잘라주는 것과 생머리를 자르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너무나도 삐뚤빼뚤한 머리. 그 와중에 난 무슨 자신감으로 애를 한 번 더 꼬득여 내 앞머리도 잘라줬다. 처키가 된 내 사랑. 완전 망했다. 그래도 기특한 내 사랑. 안 울더라. 가만히 보더니 옷 차려 입고 미용실 가자고 하더라. 역시 저렴한 우리 동네는 아이 커트가 5천원이다. 5천원이면 해결될 일을 한 시간을 넘게 끙끙 머리 카락과 사투하고, 그 머리카락이 애의 살에 박혀 애는 괴로워하고, 그리고 결과물도 못 낸 미친 이모. 그런 이모를 사랑해주는 조카. 다행히 미용실에서 다듬고 나니 짧은 단발이 엄청 잘 어울리는 우리 뽝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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