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름 엄청 바쁜 여자인데, 금요일에 모든 약속을 취소해버리고 이치만엔짜리 텔레비젼 가지러 나카노까지 갔다. 이 똥멍충이가 문자 거래할 때 메세지를 제대로 안 봐서 텔레비젼이 40인치인지 몰랐을 뿐이고 나카노가 우리 집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지 미리 찾아보지 않았을 뿐이고, 텔레비젼이 그렇게 무거운 것인지 몰랐을 뿐이고. 전철 세 번 갈아타면서 들고 오는데 팔에 근육이 다 붙었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은 나를 놓았다. 집에 도착하여 뭔가 우울해서 술 한잔 하려고 나가긴했다. 원래 가던 곳 말고 다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갔다가 맛 없어서 그냥 나옴. 다신 안 가.

그리고 토요일 전 직장에서 일하던 친구가 놀러와서 점심에 만났다. 뭔가 쇼킹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였다. 나의 상사가 청담 소재 뭐 까페에서 나에게 결혼하자고 반지를 건냈는데, 내가 그걸 거부할 수가 없어서였단다. 사람들 이상하다. 왜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도대체 왜? 나 인기 많은 사람처럼 만드는 이야기라 기분이 나빴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정말 전혀 있지 않았던 일이라 이상한 기분이다. 남의 이야기 만들어내는 사람들 결국 누군가도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 모르나? 다시 한 번 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하여 조심해야지라는 생각과 말많은 사람들이 싫다. 나도 말 좀 줄이자 이런 생각.

친구와 함께 찾아간 에비스의 한 식당. 유명한 데라고 알려줘서 찾아갔더니 오픈 전 부터 엄청난 줄이. 다행히 식당 규모가 있어 오픈하자마 들어갈 수는 있었다. 맛은 깔끔은 하다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 정도. 깔끔한 데 맛있지 않았다. 싼 편도 아닌데 특별해야 갈텐데, 별 의미가 없다는 느낌.

​그리고 츠타야 찾아가는 길에 본 고양이 전용 가구 전시회. 너무 귀여워서 하나 갖고 싶었는데, 고양이도 안 키우면서 도대체 왜? 츠타야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려다 사람이 너무 많아 이층에 있는 까페로 올라갔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분위기도 좋고 의자도 편하고 서빙 해주고, 결정적으로 커피가 맛있었다는. 다음부터는 여기로 가련다. 혼자도 종종 가야지.

그리고 지난 주에 맞춰 놓은 도쿄바이크를 찾기 위해 걸어가는 길에, 해가 떠있을 때 나카메구로를 와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나카메구로에 살까? 이렇게까지 예쁜데?

​나의 뉴바이크. 쇠자전거라도 생각보다 가볍고, 딱 타보는 순간 잘 만들었구나가 느껴진다. 하긴 가격이 얼만데. 앞에 별 쓸모도 없는 바구니를 추가해서 가격을 엄청 높여버렸다. 똥멍충이. 그래도 자전거가 예쁘니까 평생 타면 되지.

​그리고 나카메구로부터 우에노에 있는 한양이라는 한국식당까지 자전거타고 갔다. 한국친구들과 밥 먹는 자리. 사실 친한 동생 하나가 아는 사람들 불러서 밥 먹자고 해서 나간건데, 내가 너무 싫어라 하는 그 인간이 나왔다. 실컷 또 이상한 질문 던지다가 갑자기 화제를 바꿔서는 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아이 실명까지 거론하며 그 아이가 유부남을 만나 사귀다가 낙태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원에게 전달. 아 미친 병신 새끼. 남의 말 좋아하는 것들. 딱 싫은 것들.

한양이라는 식당. 우에노보다는 오카치마치에 가까운데 좀 뭔가 지저분하고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다. 음식도 한국에 진짜 싼 기사식당에서나 먹을법한 자극적인 맛. 근데 한국 음식 자주 못 먹는 내 입장에서 이런 자극이 그리웠다고나 할까.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고, 일년에 한 번 정도는 갈 듯하다.

​그리고 좋아하는 애들만 나오게 찍은 사진. 또 한 명 예뻐라 하는 동생 있는데 그 아이가 빠졌네. 딱 열살 어린데 마음도 착하고 순수한 아이. 내가 이 아이 붙잡고 수다 떠는 걸 그렇게 좋아한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밥 해먹었다. 야채가 너무 많아 오믈렛같아 보이지 않는 오믈렛과 샐러드. 아침에 이리 건강하게 먹으니 하루가 가벼운 느낌. 그러나 내일, 화요일부터 식단 자체를 바꿀 생각. 아침에 몸이 무언가를 배출하기 때문에 이 때 소화가 잘 되는 것을 먹으면 좋다고 하여 피부를 위해 아침을 과일과 요거트로 대체할 생각. 공복 유산소를 위해 자전거로 출근하고 요거트랑 과일 먹으면 될 듯. 매일 못하더라도 최대한 해보겠다.

이 이후는 나오푸미상이 놀러와서 내가 큰 맘 먹고 아귀찜 해줬다. 처음 만들어봤는데 나름 나쁘지 않았고, 이 분이야 운동하고 와서 돌도 씹어 먹을 기세였기에 뭐 걱정 안했다. 뭔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남자들처럼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야라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에 사귀던 남자들처럼 자주 메세지를 보낸다거나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던가 하는 게 없어서 나를 좋아하나 싶기도 하고 이게 무슨 사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남자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짜증이 일지 않는다. 기대치가 없어서 그러나 했는데 그건 아니다. 분명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사실 지금,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싱글인 내 외모 이상형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네. 이러다 유부남이면 나중에 머리 박겠지만 확인 할 방법이 없어 알아보는 것은 포기. 이런 사람 만나기 어려운 것 아니까 스스로 고민꺼리를 만들어 내어 그를 혹은 나를 괴롭게 하지 않겠다 이런 생각. 

마지막은 나의 디룩이 사진. 살 빼자는 다짐을 위해 올린다. 너무 띠룩띠룩. 얼굴에 살쪄 어려보여 좋다만 살 찌는 건 안돼. 건강하고 예쁜 돼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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