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방정 - 자취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는 아프지 않아라며 입방정을 떨었다. 자취할 때는 아파서 출근 못 한적도 여러 번인데라며. 역시 집에서 엄마밥 먹으니 튼튼해졌어라는 것도 추가. 그리고 말도 안되게 엄청나게 아파져 버렸다. 몸살과 배란통이 같이 와서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 얕은 잠을 잘 때 그렇듯 꿈도 엄청나게 꿔댔다. 응급실도 다녀왔다. 어느 특정한 한가지가 문제는 아니고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왔다. 당분간 치료도 계속 받아야 한다. 그렇게 입방정에 대한 대가를 치뤘다. 

 

몸을 확인하다 - 그렇다. 많이 먹어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아파지는 것이다. 매 번 알고 있었는데도 반복하는 멍청한 짓. 어느 순간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그런지 어쩐지 미친 듯이 먹어대는 시기가 있다. 그때 살이 찌는 것은 두번째 문제이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픔으로 이어지는 것. 궁극적인 원인은 매 번 다양하다. 몸살일때도 있고, 생리통 혹은 배란통일 때도 있고, 장염일 때도 있다. 다만 시작점이 같다는 것. 먹는 것을 줄이자. 쏭하고 통화를 했다. 둘째를 임신했다길래, 토실한 날 보며 태교를 해야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랬더니 이 아이 바로 날 걱정한다. 언니 살 찌면 아프다며. 그래서 병원 들락날락한 일련의 사건을 보고했고 살을 빼겠다고 약속도. 나를 아는 너라는 보석.

 

견해의 차이 - 계속해서 나를 짜증나게 하는 친구가 있다. 정서적인 의존성이 계속 걸렸다. 스스로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의존적이겠지, 그래 받아주는 것도 연습이겠지 해서 내심 불편한데도 친구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 내가 싫어하는 방식을 써서 나를 구석으로 몰았다. 너는 차갑고 못 된 애지만 내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 너의 친구가 되는거야라는 말과 태도. 내가 이 아이가 싫었던 것은 친구사이라며 너무 많은 것을 나랑 공유하려 드는 것, 사소하게는 끊임없이 카톡으로 본인이 먹고 마시는 생활을 사진으로 혹은 메세지로 보낸 것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고, 한 번 만나면 징징거리며 계속 같이 있자고 하는 것. 그리고 내가 어쩌다 한 번씩 올리는 인스타 게시물에 대하여 굳이 나에게 언급을 다시하는 것. 그래서 인스타 팔로우를 지워버렸다. 내 게시물 못 보게. 그랬더니 새벽 5시에 카톡을 보내서는 악몽을 꿨고 그 악몽에서 우리가 더 이상은 친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요새 카톡은 알리미를 안 해놔서 바로 확인은 안 했지만 보자마자 미안할 정도의 짜증이 올라왔다. 그래서 "우리는 십대가 아니야. 나는 너를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이런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너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나의 친구들에게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언제나 너를 위해 있을거야"라는 답장으로  보내왔다. 이 메세지에서 엄청나게 짜증이 올라왔다. "언제나 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지 않는데, 너는 왜 그런 말을 하니?"라고 답장을 하려다 참았다. 그래서 읽씹 했더니, "넌 또 나를 밀어내려는 구나. 난 한 번 사귀는 친구는 평생 친구라고 생각해"라는 뭐 이런 이차 헛소리. 그래서 그냥 이야기했다. "우리는 친구를 정의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난 너의 감정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게 감정적인 친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긴 답장을 받았다. 그래도 나의 친구라는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차단. 우정이든 사랑이든 쌍방이어야 해. 내가 원하지 않는 우정의 강요는 결국은 다른 형태의 폭력일 뿐이야.

 

카디건 사랑 - 종종 철자가 자신이 없을 때 사전을 찾아보는데 외래어 표기상 카디건이 맞단다. 그냥 카디건이 참 좋다. 재킷도 엄청 좋아하지만. 카디건은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 포멀 하기도 캐쥬얼 하기도. 겉옷으로도 혹은 그냥 윗도리로도. 목이 조금 파인 카디건에 스카프 하나 매주면 나를 세상 멋쟁이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나에게는 여러 색상의 다양한 소재의 카디건이 있다. 얼마 전에는 내 사랑 비뱐에서 베이직한 디자인이 나왔길래 베이지색 네이비색 두 장 사버렸다. 소비의 요정.

 

낭만 - 2017년에 일본계 회사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쯤 사람들 충고 무시하고 당차게 멋대로 전직해서는 꿈과 다르게 표면에서만 우아하고 물 밑에서 미친 듯 다리를 젓고 있어야 하는 새로운 일에 지쳐 있었다. 직전에 마케팅 일을 하며 을보다는 갑쪽에 살다가 철저한 을이 되어버려야 하는 영업직이 가끔 비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었고 프로덕트가 사람인지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혹은 상황에 같이 좌지우지되어 감정적 스트레스 레벨이 높았다. 또 전직에 따른 급여 삭감으로 경제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였다. 그런데도 겉으로 보여지는 우아함만 갖고 싶었기에 큰 회사의 정치나 경쟁이 싫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친한 사람의 소개로 들어가게 된 이 회사. 나랑 비숫한 코드의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었다. 쏭도 바로 결혼으로 그만두기는 했어도 시작을 같이 해서 소프트랜딩도 가능했다. 여기서 레이철 언니와 핀을 만났다. 낭만적인 인간들. 숫자로 말해야 하는 영업직임에도 돈보다는 낭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들이었다. 우리는. 당장 앞에 떨어질 돈에 연연하지 않는 척했다. 낭만이 중요했기에. 자신의 철학을 더 앞세웠다. 누구는 타인에게 더 좋은 보람되는 직장을 찾아주기 위해 일을 한다는 보케이션을 앞세웠고 누구는 비즈니스 리더들을 대상으로 팬시하게 일을 하고 싶어했고, 나는 딜리버리의 과정이 매끄러운 것에 집착했다. 우리 모두 돈을 앞에 두고 일하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는 힘들었다. 같이 술도 엄청 마셨다. 그냥 그렇게 짧은 시간 낭만적으로 살았다. 프랑스의 살롱처럼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젠체하고 멋진 척하고.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메인 토픽이었다. 로맨스는 짧게 끝났다. 되돌리고 싶은 로맨스는 아니다. 물론 힘든 시절이었으니까. 그냥 추억하고 싶은 로맨스. 내가 이렇게 낭만적이었어 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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