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의 완결판이라는 평가를 받는 책이란다. 온갖 상징과 숨은 의미가 난무하는 무라키마 하루키의 다른 류의 소설보다는 "상실의 시대"가 더 좋았다고 생각했기에 선뜻 집어 들었다. 사실 요새 내리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질린다 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오죽하면 스마트폰 킨들 앱으로 "Pride and Prejudice"를 읽기까지 했겠어! 반정도 읽은 지금 현재로는 나쁘지 않다 정도. 다가가지 못하고 손을 뻗지 못하는 아련함은 좋다.
"세상에는 돌이킬 수 있는 일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 이만큼 와버렸으니 이제와서 뒤로 되돌아갈 순 없잖아. 그렇지?"
"나는 그녀를 필요로 했고, 그녀도 아마 나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자의식은 너무나도 강했고 상처 입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상당한 세월이 흐르도록 나는 단 한 반도 그녀와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간이란 건 어떤 경우에는, 그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어렸을 적 나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를 보고 있으면, 내 몸이 조금씩 풀어져 현실세계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었다. 아마도 빗속에는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버리는 것 같은 특수한 힘이 있는 것이리라. 적어도 그 무렵의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어떤 종류의 일들은 되돌릴 수 없어. 한 번 앞으로 나가고 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 만약 그때 뭔가가 조금이라도 뒤틀렸다면 그건 뒤틀린 채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마는거야."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떠올리는 사이 그 기억이 닳아서 없어져버리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절대로 닳아 없어지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것은 점점 강렬한 기억이 되어 되살아났다."
"한동안이라는 건 말이지, 시마모토.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길이를 헤아릴 수 없는 말이야."
"그리고 아마도라는 건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