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별을 경험하고 있다. 동료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그만두거나. 어느 순간 이별에 엄청 강한 사람이 되어버려 아쉽지만 괜찮다. 물론 옆에 있으면 즐겁고 좋은 사람들. 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고. 그러나 본인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성취하는 모습이 더 좋다. 짧은 인생 살아보니 내가 노력해서 무엇인가 얻어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자존감이 제대로 생기기 시작해서 자라나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혹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매니저를 하면서 나름 하나의 원칙은 무엇이든 그냥은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얻는 것은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간혹 팀원들 중에서 자신의 성과를 저성과자와 공유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선의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런 선의는 서로에게 독이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아는 한은 그렇게 두지 않는다. 성과가 안 나오면 이런 저런 방법을 제시하면서 나올 때까지 해보라고 한다. 게으름이 원인인 저성과가 아니라면 절대 강압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냥 언니같이 누나같이 커피 한 잔 혹은 밥 한끼 사주며 누구나 일이 잘 안풀릴 때가 있다며, 그럴 때 포기하지 말고 이겨나가며 새로운 대안들을 찾아보며 일을 하다보면 본인이 단단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조언해준다. 그러면 그 개인들은 알아서 성장한다. 신기한 경험. 나는 사람을 키우지 않고 지켜본다. 키울 능력도 되지 않을 뿐더러 성인이 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표현이 마뜩찮기도 하다. 사람은 알아서 배우고 성장한다. 그럴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해주면 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왔다가 가는 것도 역시 지켜본다. 멋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보기 좋다. 

 

미세한감정: 사람은 누구나 감정의 동요가 있고 그것들을 밖으로 눈에 띄게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들이 보내는 미세한 파장. 그것이 읽히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잠깐 감는 눈, 돌아가는 시선, 손짓, 어깨의 움추림이 보여진다고나 할까. 말은 한 편이고 또 다른 편이 있다는 생각. 확인하지는 않는다. 숨기고 싶다면 숨기게 두어야 하는 것이고 알아주길 바란다면 알아봐주면 된다. 그리고 나의 인지가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그래, 그 때, 그 것'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어설픈 점쟁이는 될 수 없지만 직업의 특성 상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이해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긴 한 듯 하다. 

 

선: 갖고 있다. 그 선. 넘고 싶은 선. 하나의 팽팽한 줄만 끊어내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하나가 잘 안 끊긴다. 병이다.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하고 싶어하는 건. commitment issue. 연애관계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모든 것으로부터다. 이제는 정신병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치료방법이 있나? 예전엔 베베 꼬인 나선형의 바깥쪽으로 튀어나갔다고 하면 요새는 안쪽으로 침몰 중이다. 우울함이 아닌 차가움과 단절을 자꾸 체득한다. 진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것은 결국 도망가는 것이다. 지리멸렬함 속에 인생이 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 기록  (0) 2022.01.29
일상의 기록  (0) 2021.12.28
2021년 11월 21일  (0) 2021.11.21
2021년 11월 2일  (0) 2021.11.02
Sunday  (0) 2021.10.31

쓴다는 것: 예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썼다. 마음 속에 머릿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뛰쳐 나오려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나라는 사람이 한 군데 진득하게 앉아서 무엇인가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은 차분해졌고, 집에 있는 시간도 많아 졌고. 그냥 시작이라고 외치고 쓰기 시작하면 되는데 쓸 말이 없다. 마음이 건조해졌나보다.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항상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들을 끄집어내서 창작하는 작업이 멋있어보였다. 지금도 그렇다. 다만 정말 직업으로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숨어 있고 싶은 관종이다. 나라는 사람. 누군가 계속 알아봐줬으면 좋겠는데, 그 시기가 내가 알아봐달라고 표현하기 전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모순이다. 그리고 글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스스로도 의문을 갖고 있다. 이렇게 가끔 쓰는 일기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못난이가 된다는 것: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렇다보니 싫든 좋든 이런 저런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이야기를 나눈다. 루저의 멘탈리티를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본인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혹은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을 외부에서 이유를 찾으려는 사람들. 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일을 하더라고 고성과를 내며 주변에 인정받는, 잘 하는 사람은 잘 한다. 일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잘 이해하고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마냥 주어진 환경과 일을 탓하기는 하면서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회사가 그렇다고 한다. 그냥 안타까웠다. 특히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가 그런 멘탈로 고통 받고 있는 것 보니 뭔가 그럴싸하게 충고를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말았다. 그냥 같이 욕해주고 환경 탓해줬다. 자주 만나면서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로 내가 힘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의 어설픈 충고로 바뀌는 것도 없겠다 싶어서였다. 

 

그나마 봐줄만 한 나: 오늘은 일요일. 낮에까지는 언니네가서 넷플릭스 보고 밥 먹고 뒹굴거리다 오후에 내려와서는 두 시간 가량 공부했다. 이코노미스트 읽었고, 일본어 공부도 함께 했다. 점점 인생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무거운데, 이런 류의 공부들은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게 해준다. 게임이나 쇼핑은 나의 불안한 마음을 잠시 제쳐두게 해주지만, 그 잠시의 쾌락이 끝나는 순간 더 큰 허무함을 주니까 지속적인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 아닌 것을 안다. 단어장이 일본어와 영어로 빼곡하게 쌓여가는 것에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운동도 다시 열심히 한다. 원래 운동은 온앤오프가 있었지만, 오프기간에 떨어지는 체력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많이" 보다는 "꾸준하게"가 중요한 듯하다. 몰아서 피로한 운동 할 생각 하지 말고 꾸준히 글로잉 해야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의 기록  (0) 2021.12.28
2021년 12월 6일  (0) 2021.12.06
2021년 11월 2일  (0) 2021.11.02
Sunday  (0) 2021.10.31
마음의 소리  (0) 2021.10.20

맛보다 분위기

'취미 > 먹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lony @ The Ritz Carlton Singapore  (0) 2022.11.21
알마커피제작소  (0) 2022.05.25
모리본  (0) 2021.11.10
진작다이닝  (0) 2021.11.01
유키즈시  (0) 2021.10.25

중곡역. 꼭 또 갈거야.

'취미 > 먹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마커피제작소  (0) 2022.05.25
OPH  (0) 2021.11.10
진작다이닝  (0) 2021.11.01
유키즈시  (0) 2021.10.25
제주몽  (0) 2021.07.08

고립: 호르몬 약을 끊어서가 하나의 이유일 것 같다. 이 미칠것 같은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은. 호르몬 약을 먹은 지난 3-4개월 정도 평안했다. 그냥 삶이 만족스러운 것 같고, 이대로 이렇게 흘러가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고. 두근거림이 시작되면 모든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나를 고립시키고 싶어진다. 두근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고 싶어진다. 나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는 방법인 것 마냥. 그리고 도망갈 핑계를 위해서. 

 

처분: 많이 많이 잘 버리고 있다. 오래된 옷, 가방, 신발이라던가,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이라던가.대충 이삼년이 지난 것 같은 쓰지 않고 있는 화장품들. 점점 저장공간의 여유가 늘어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를 위해서인지 새 것을 다시 채워넣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는 복잡한 내 마음.

 

식단: 요새 마켓컬리에 빠졌다. 재택할 때 모든 식사를 마켓컬리로 해결하는 중. 샐러드, 다이어트용 도시락, 훈제오리, 쌀국수, 다양하면서도 맛있어서 좋다. 정말 혼자사는 사람을 위해서는 최고일 듯. 양배추 한통을 사서 그냥 버린 이후로 더 이상 요리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말: 회사에서 나는 많은 말을 해야 한다. 바보로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말을 해야 한다. 때로는 한국말로, 때로는 영어로. 모국어가 한국어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은 아니다. 당연히 영어는 어렵고. 가끔 이 말을 그럴듯하게 영어로 해야지라고 머릿 속에서 생각하다가 말할 기회를 놓쳐버리고는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내가 말만 시작하면 하품을 하는 시니어를 보는 것도 불쾌하다. 유창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고 싶다. 바보같이 보이는 것이 제일 질색. 사실 그래서 말을 줄이는 연습을 하며 살았는데, 그게 지금은 약간 독이 되고 있는 듯도 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일단 말을 하고 보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다 보니 말하지 않고 컨텍스트로 이해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일 듯 하다. 그러니 매 번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되어 가는지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꽤 논리적으로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를 다시 정기구독한다. 논리적 사고 능력이 부족해서. 기사를 요약하고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국어와 영어 공부가 다 되지 않을까해서. 

 

화상: 이번해에 들어 두번째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다. 둘다 음식 관련해서. 한번은 뜨거운 냄비에 손목이 닿은 채로 가만있어서 그랬고 두번째는 식당에서 쇠로 된 반찬그릇이 화기에 가까이 있어 뜨거워진 줄 모르고 손가락 두 개로 들어 올려서 그랬다. 두 번 다의 문제는 내가 뜨거운 것에 닿거나 그것을 잡았을 때 그를 인지하기 까지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것이다. 둔한가? 그래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나. 전에 자주 있던 일은 아닌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것인가? 손목의 흉터는 없애지 못할 것 같고 손가락은 두고 봐야 하지만 지문이 없어질 것 같다. 

 

소개팅: 알면서도 또 했다. 이번엔 운동하는 사람. 삶이 단순했다. 인생의 경험이라는 것이 하나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좋겠다 싶었다. 하나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만 보고, 그 하나만 목적이 되고 목표가 되고. 꿈이 되고. 존경해. 그러나 흔히 인생이 단순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기의 삶이 기준이 되어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신이 하지 않는 것들은 쓸데 없는 것들, 시간 낭비 하는 것들. 운동이 모든 문제의 답이다. 나랑 안 맞는 것... 나쁘지 않아 다름이야. 그냥 조금은 삶이 더 복잡하다는 것, 그 복잡함을 이해하려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은밀한 즐거움. 하나의 문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과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시각의 학습으로 내면이 윤택해진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12월 6일  (0) 2021.12.06
2021년 11월 21일  (0) 2021.11.21
Sunday  (0) 2021.10.31
마음의 소리  (0) 2021.10.20
2021년 10월 6일  (0) 2021.10.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