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할 때는 계획적인 소비를 했었나보다. 다시 엄마집으로 들어 온 지금 또 지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모르는 치매성 소비요정으로 되돌아왔다. 한달에 월세 및 공과금을 150만원 정도 내고도 항상 돈이 남아 돈을 모았었는데, 비슷한 수입을 갖고 있는 지금, 월세도 안내고 공과금도 안내는데 매달 통장에서 돈이 사라진다. 도쿄가 물가는 더 비싸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자취 당시 건강을 위해 외식을 자주 안 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일까. 아침엔 과일을 점심엔 주로 도시락을 저녁은 패스할 때가 많았다. 주말에 외출을 안 할 때는 김치찌개 한 번 끓여 주말 내내 먹기도. 샤인 머스켓과 여름에 수박 아니고는 한달 식비가 2-3만엔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엄마가 해주는 밥을 하루에 한 번 정도 먹기는 하지만 점심이나 저녁을 사먹을 일이 많다는 것. 도쿄에서는 외국인으로 나이가 많음에도 베츠베츠의 수혜를 받았지만 여기서야 회사에서든 사적으로든 보통 나보다 어린 사람을 만나면 밥을 혹은 커피라도 사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으니, 한달에 식비로 7-80만원은 우습게 나가고 초반 몇 달은 100만원이 넘는 돈을 식비로 쓰기도 했다. 기분파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때도 어느새 내가 계산을 하는 경우도 많고. 쇼핑은 모르겠다. 도쿄에서는 보너스 달마다 사무실이 긴자라는 핑계로 명품을 사댔고, 사이에 한국을 여러 번 들어왔을 때마다 29인치 캐리어를 채우기 위한 면세와 백화점, 보세 쇼핑을 광적으로 했으니. 지금이 오히려 안 사진 않아도 합리적으로 적당히 사니 이건 아닐 수도.
미니멀리즘의 추구를 다시 시작하여 책을 읽어대고 있다. 한 번 더 읽고 치워버리는 거.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사놓았던 거라 그 책들을 읽다보니 말도 안되는 감성이 다시 오고 있다. 두근두근. 붕붕 떠서 걸어다니는 중. 코로나 덕택에 나는 지면에 닿을 뻔 했는데. 다시 떠나야할 것이다. 이유 없이 그렇게 정해져버렸다. 여러 번 많은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정의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나는 그렇게 생겼다. 어려서 감성적인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다면 이런 두근거림이 없었을까? 나는 또 결국 어떤 틀을 만들어보고 싶었나보다. 나는 어떤 일이나 환경 때문에 이리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싶었나보다. 그냥 이렇게 생긴 것을.
가끔은 아플 것 같은 징조가 와서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면 괜찮아져있다. 자취할 때 왜 그렇게 아팠을까, 그리고 서러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몸이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테두리 안에 있을 때 오는 심적인 안정이 결국 물리적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레도 이 안정성이 혹은 안심하는 마음이 나를 도태시킬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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